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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Oct 26. 2022

호숫가를 거닐며

- 여인들

   

유리 창문 사이로 가을바람이 들어온다. 신선한 바람은 나의 머리카락을 날리며 가슴속까지 들어왔다. 반월호수로 가는 바퀴는 가벼운 발걸음처럼 잘도 달린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행복에 젖어들었다. 


저 멀리 그녀의 차가 점점 다가왔다. 우리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그녀는 아이들이 유아 때 독서수업에서 만난 사람이다. 서로 생각하는 마인드도 비슷하고 마음도 잘 맞아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각자 독서수업을 하다 고민이 있으면 서로 상담해 주고 조언해 준다. 무엇보다 은근히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부분도 있어 밀고 당기는 에너지도 얻게 된다. 오래 같이 마음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서로 집안일들을 다 알다시피 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고민은 더더욱. 그녀는 집안 일로 오랜 시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집집마다 걱정거리와 해결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그중에서 부모와 관련된 가족의 울타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한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그로 인해 그녀 자신을 잃어버렸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추스르고 자신을 찾아 계속해서 노력하고 나아갔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것 같다. 


따뜻한 커피 한 잔씩 들고 호숫가를 거닐었다. 그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 팝콘이 튀었다. 톡톡~. 말을 주고받으며 걷다 발걸음을 멈추고, 또다시 얼굴을 보며 말을 주고받았다. 말이 그리웠던가 아님 서로가 그리웠던가.


호숫가 둘레길을 걷다 보니 울타리에 예쁜 글귀들이 적혀 있다. ‘우리 함께 거닐까요’,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해' …. 처음엔 글귀들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글들이 너무 긍정적이고 예쁘기만 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요즘은 호숫가에서도 자살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과 대조되게 자연풍경은 아름답다. 호수에 자신의 몸을 던져 호수와 하나가 되면 그 슬픔이 다 희석될까. 그래서 이 호수는 초록 라테가 되어 있는 걸까. 누구나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할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는 눈물이 난다고 한다. 


이 지구에 내가 없다면. 글쎄. 없다고 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고 지구가 부서지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고 변해 갈 것이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 탄생은 기쁨으로 밝은 빛으로 반면 죽음은 슬픔으로 검은색으로 표현한다. 상반되는 느낌 그러나 탄생과 죽음은 하나이며 삶의 일부분이다. 남는 자 또는 앞으로의 죽음을 맞이할 이들이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삶의 일부분이다.     

반월 호수


호수에 담긴 작은 산의 피사체가 오늘은 왠지 궁금해진다. 무엇을 담고 있는지. 수많은 시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자연. 말이 없는 풍경들을 보며 하늘을 본다. 가을에 맞게 하늘은 푸르다. 구름도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다.      


가을 하늘 아래,  현실적 문제 그리고 고민과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는 동안 호수 또한 녹조현상으로 힘들게 초록을 토해내고 있었다. 호수는 온통 진한 초록으로, 나뭇잎의 초록으로 물들었다. 비치는 구름도 초록으로 물들었다. 녹차라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컥벌컥 마시고 싶을 정도로 진한 초록으로 온 호수를 메웠다. 말없는 호수는 몸살을 앓고 있지만 곧 스스로 자연답게 정화될 것이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호수를 보며 

우리는 서로의 아픔과 고민을 깊은 물에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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