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긴급 상황을 알리는 코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드 레드는 병원 어디엔가 불이 났거나 조짐이 보여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병원 안에서 미아나 아동 납치가 의심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는 코드 아담을 발령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졌고 모든 의료진들이 평소에도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는 응급 사태가 바로 코드 블루입니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2019년 9월,
주말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다시 돌아온 미주리 병원 일반 중환자실,
월요일이라 회의도 많고 일에 집중도 잘 안 되는 날인데 정신이 번쩍 나는 응급상황이 벌어졌습니다. 32살 젊은 아내를 잃고 오열하는 한 남자 존(가명)을 만났습니다.
제가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존은 중환자실 밖 회의실에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 이내 울먹이며 손을 잡습니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였습니다. 환자 상황을 알아보고 오겠다고 말하고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의료진 수십 명이 분주하게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가슴압박술, CPR을 시행하고, 필요한 약을 투여하며 상태를 호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친한 수간호사가 미세한 맥은 돌아왔지만 아직 알릴 단계는 아니라고 말해주더군요.
얼음 물을 가지고 존이 기다리는 회의실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가 이미 병실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환자가족들에게 CPR 시술 광경을 보여주지 않고 밖에서 함께 기다리게 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미 존이 가까이 온 상태여서 얼음물을 건네고 병실 밖 의자에 일단 앉게 했습니다. 그리고, 시술 광경을 보기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존은 곁에서 확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까이 있던 간호사 매니저 샌디도 그의 뜻을 확인한 다음 그를 병실로 인도했습니다. 잠시 동안 시술 광경을 지켜보던 존은 이내 울컥하며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존이 입을 열었습니다. CPR을 한지 얼마나 됐는지 물었습니다. 간호사 매니저가 병실 간호사로부터 25분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존에게 전했습니다. 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제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습니다. 간호사 매니저가 CPR을 멈추라는 뜻인지 다시 한번 더 확인했습니다. 존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30 분 정도 계속된 의료진들의 사투는 막을 내렸습니다.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진들이 천천히 기구들을 챙겨 병실을 나갔습니다. 병실에 홀로 앉아 오열하는 존을 곁은 지켰습니다. 17년간 함께 사랑하는 아내, 세 어린아이들의 엄마이자 심장마비로 떠나보내는 존의 마음...
잠시 뒤 담당 의사가 들어와서 사망 시각과 사인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부검을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존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의료진들이 자신의 아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의사가 나간 뒤 존이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제 아내에게도 말이죠. 그런데, 지금 사실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손을 꽉 붙잡고 같이 눈물을 흘릴 뿐... 그리고 함께 기도하기를 청했습니다. 다행히도 존이 함께 기도하길 원했습니다.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신 하나님, 지금 주님이 필요합니다. 존의 아내가 왜 갑자기 오늘 떠났는지 그 뜻을 알 수 없어 괴롭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우리의 고통을 잘 아시는 주님 존과 아이들을 지켜주십시오. 주님이 그들과 함께 해 주셔서 이 고통을 잘 통과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고통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은혜 베풀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존은 아내와 작별하고 세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은 장례식날 엄마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간의 추억과 기억들로 인해 슬퍼할 것입니다. 엄마의 죽음을 준비하며 받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상당기간 고통을 겪어야 할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그리고, 평생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부재감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 힘들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존의 가족들이 어둠을 지나 다시 빛으로 나올 날을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이 땅에 영원한 빛이 없는 것처럼 영원한 어둠도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