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30일,
"삐삐 삐삐 삐삐" 호출기 소리가 아침부터 요란합니다.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어린이 중환자실 번호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주간 평일 영아 사망자가 없었는데 올게 왔구나 싶었습니다. 병실에 도착하니 간호사들이 모여 있고 병실 밖 의자에는 한 분이 울고 있고 병실에는 아기를 안은 여성이 사회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야간 담당 간호사가 저에게 어젯밤 태어난 아이가 밤사이 패혈증으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졌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유아세례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병실 밖 의자에 앉아 울로 있는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병원 채플린입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여기에 왔습니다. 뭐라 위로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곁에 앉아도 될까요?"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곁을 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밤 태어난 손녀가 왜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작은 소리로 주님의 임재와 자비를 기도하는데 이 분도 함께 예수님을 찾으며 기도하시는 겁니다. 저도 함께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입을 열었습니다. "제 딸이 걱정입니다. 앞선 출산에서 산후 우울증이 심했는데 이번에 이런 일을 겪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어떻게 이겨낼지..." 그리고, 딸아이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것이 정말 안쓰럽다고 했습니다. 정작 산모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세례 준비를 마치고 아기의 할머니와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어른 팔뚝 정도의 크기의 아기가 산모의 가슴에 안겨 힘겹게 숨 쉬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당신 앞에서 내치지 않으시고 당신의 곁에 세우신 예수님, 천국의 주인은 그 아이들처럼 세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신 주님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기의 머리에 준비한 세례수를 붓고 세례를 주었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제인(가명)에게 세례를 줍니다." 산모와 아이 할머니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병실에는 담당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다른 영아 중환자실 NICU 스태프들도 함께 자리해 세례식의 증인이 되어 주었습니다.
잠시 뒤 세례증명서에 사인을 한 뒤에 아기 엄마를 다시를 만났습니다. 숨이 떠난 아기를 안고 그 얼굴을 바라보는 엄마... 세례증명서를 받아 들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왜 이 아기를 이렇게 일찍 데려가셨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너무 슬프지만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있겠죠"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사실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마지막 날에 주님을 뵙고 주님이 내 의문을 풀어 주시겠지만 지금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기 엄마는 "모든 게 제 탓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저는 제 탓으로 느낍니다." 저는 그녀에게 왜 그런지 좀 더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부모로서 그냥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채플린으로서 그녀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겪고 있는 이 자책의 문제를 그녀가 잘 통과해 나가게 해 달라고 성령님께 지혜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산모가 느끼시는 자책의 마음은 모든 부모가 아기의 뜻밖의 죽음 앞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닌가 싶어요. 산모가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닌데도, 이 아기의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산모와 그 가족에게는 이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야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부디 엄마로서 책임질 수 없는 일은 주님께 맡겨 평안을 누리게 하시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세요.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잘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산모와 그 가족들에게 허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