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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로 노는 법

by 고야씨

길가에 봄꽃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미는 게 반가워

자꾸 걸음을 멈춘다.

예전에, 엄마는 왜 그렇게 꽃사진을 찍어서 보내나

피식 웃곤 했는데

지금은 내가 그렇게 꽃을 찍는다.

그래, 나도 일 년을 기다렸어 꽃들에게 답하면서.


민들레는 3월 말부터 피었더라.

늦은 가을에도 폴폴 날릴 테니

봄이 가는 게 덜 아쉽겠다.

민들레의 노랑에 봄이 담겨 있으니까.


어릴 때 내가 민들레로 놀던 법은 이렇다.

민들레가 피면 나와 친구들은

줄기가 길게 자란 민들레를 찾아서 톡톡 딴다.

민들레를 따면 줄기에서 하얀색 즙이 나온다.

그걸 손톱에 바르면서 매니큐어 바르기 놀이를 한다.

피나물꽃과 애기똥풀꽃이 있으면

빨간색과 노란색도 칠할 수 있다.

작은 유리 음료병에 찬물을 담아둔다.

민들레 줄기를 세로로 길게 찢는다.

여러 가닥으로, 끊어지지 않게 갈라주는 게 중요하다.

담아둔 물에 민들레 줄기를 넣어 흔들어준다.

민들레 줄기가 꼬불꼬불 말린다.

이걸 우리는 파마머리라고 불렀다.

나무 막대기에 민들레꽃 파마머리를 달고,

나뭇잎이나 과자봉지로 옷을 만들어 인형놀이를 한다.

쌉쌀한 향기와

보드랍거나 매끄럽거나 보송보송한 느낌은 덤이다.



어느 날 도시에서 놀러 온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했다.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다 들렸다.

쟤네들은 인형이 없어서 저렇게 노나 봐, 옛날 같네.

우리는 안 들리는 척했다.

저 사람들은 모르네,

우리도 인형이 있고,

쭉쭉 늘어나는 작아진 옷소매로,

가위질 세 번이면 예쁜 원피스를 만드는 법도 아는데,

이런 날엔 이렇게 노는 게 훨씬 온 감각이 즐거운 걸,

저 사람들은 모르고,

말해줘도 모를 거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릴 때, 길가의 모든 것은 우리 장난감이었다.

잠잘 때와 밥 먹을 때만 빼면 우리는 늘 바깥에 있었으니까.

아무리 놀아도 놀거리는 늘 있고 심심한 줄 몰랐는데

그런 시간이 쌓여서 그럴까,

가만히 창으로 바람만 불어도 나에겐 별거다.

조용히 사소하게 즐거울 때

여전히 나답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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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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