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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만과 혈액형

by 고야씨


“나 한 입만.”

“나도 한 입만.”


한 입만이 자연스러운 시절이었다.


무엇이든 한 입, 한 손,

그리고 다시 한 입, 한 움큼,

어떨 땐 두 손 가득히.


아이스크림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래,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타잔 나무 근처에 내 친구 O가 보였다.

한 입 먹으라고 O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O는 급히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너랑 나는 피가 달라서 안 돼. 너는 b형이잖아.

나는 O형이야. O형은 O형끼리만 먹을 수 있어. ”


어제도 먹었으면서 갑자기 왜 그래 물었더니

O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무튼 이제 안 돼.

너는 내 거 먹어도 되는데 나는 그럼 안 돼.

O형이 제일 안 좋아.

O형은 누구에게도 다 나눠줄 수 있는데

O형은 천사기만 해.”


O의 오빠가 동생인 O를 위해

혈액형에 대해 가르쳐주고,

같은 O형인 누구누구 것만 먹으라고 알려준 거다.


나는 O의 오빠인 ㅎ오빠에게 서둘러 갔다.

“오빠, 나는 누구 거 먹어야 살 수 있어?”


ㅎ오빠는 같은 B형이랑 O형만 된다고 했다.

AB형은 누구 거든 다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AB형이 부러웠다.


아이들은 O형들에게 특별히 잘해주었다.

그네도 10번 더 타게 해 주었다.

O형은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천사인데,

우리는 O에게 천사가 될 수 없어 미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동안 진지하고 심각했는데

방학을 맞아 내려온,

우리 동네 유일한 대학생 J삼촌의

시원한 웃음과 확신의 ‘절대 안 그래 ‘에

개운하게 한 입만을 다시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한동안 ㅎ오빠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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