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을 때
투표를 마치고 동네를 걸었다.
걷는데,
길가에 핀 작은 꽃들에 자꾸 걸음이 멈추었다.
민들레, 꽃마리, 붓꽃, 고들빼기, 꽃다지, 토끼풀꽃.
이렇게 꽃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면 이름이 알고 싶어 지니까.
어릴 때도 그랬다.
예쁜 꽃을 보면 엄마에게
이건 무슨 꽃이냐고 물었다.
붓꽃, 나팔꽃, 노루귀, 할미꽃, 해바라기 같은 건
엄마가 이름 그대로 알려주었지만
몇몇 꽃이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금낭화,
우리 집 앞마당 왼쪽 끝에 피어있던 꽃이다.
분홍색 하트모양 전등이 나란히 달려있는 모습.
나는 그 꽃을 떼어 귀에 걸었다.
‘하트모양 귀걸이잖아,
꽃이 어떻게 이렇게 귀걸이 같은 수가 있지?‘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야?”
“귀걸이꽃이지.”
‘아, 역시, 이름도 귀걸이꽃이구나.’
“난 귀걸이꽃이 제일 좋아, 엄마!”
그리고 접시꽃,
우리 집 옆 작은 꽃밭에 길게 자라나던 꽃이다.
접시꽃 줄기와 키를 재곤 했다.
금세 접시꽃은 나보다 키다 더 커졌다.
이 꽃의 이름은 묻기도 전에 엄마가 가르쳐주었다.
“꽃잎을 한 장 떼어서,
도톰한 부분을 손톱으로 눌러 반 갈라.
그런 다음에 콧등에 이렇게 붙이는 거야.
그럼 꼬꼬닭이 되지?
꼬꼬닭꽃이야, 이건.“
동생과 나는 빨간 벼슬을 단 꼬꼬닭이 되어 동네를 돌아다녔다.
엄마에게 배운 대로 친구에게도 붙여주었다.
꽃을 반 가르면 미끌미끌하고
그걸 얼굴에 붙이면 향긋하고 시원하다.
내 친구들도 모두 꼬꼬닭이 되었다.
“엄마, 나는 꼬꼬닭꽃이 제일 좋아.”
내가 어렸을 때,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예뻤을 때,
이런 식으로 이름을 알게 된 것들이 몇몇 있는데
나는 그 이름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금낭화가 귀걸이꽃이 아니고
금낭화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내 세상이 좀 싱거워졌다.
귀걸이꽃이 원래 이름인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은 우리가 사는 곳보다
색감이 더 쨍할 것만 같다.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