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들어만 주면 되는데

아이는 답을 원한 게 아니라 공감해 주길 바랐다

by lisiantak
공감(共感)이란?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이라고 어학사전에 표현되어 있다.


거실 식탁에 세 명이 앉았다. 장형인 딸, 머리형인 아빠, 가슴형인 엄마. 중학교에 다니는 얘기를 하다가 딸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다는 얘기였다. 한 친구를 도와주려다가 그동안 잘 지내왔던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친구 관계라는 것이 어떤 이익 집단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한 쪽 편을 들어주면 다른 편에서는 서운하고 관계가 멀어지는 느낌인가 보다. 친구는 내 편인 줄 알았다가 그렇지 않은 모습에 낯설어진 것이다. 일방적인 '절교'가 선포된 것에 충격을 받은 딸이었다. 딸의 눈물이 뚝뚝 식탁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계속 잘 지내고 싶었던 친구였는데 다른 친구를 도와주려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당황스럽고 심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로 보였다. 딸의 이야기는 눈물과 함께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엄마의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나도 거기에 한마디 더했다.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친구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부모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딸이 힘들어할 때 함께하며 해결책을 나름대로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번개를 맞은 기분이었다. "누가 해결책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요? 그냥 들어만 달라는 건데, 엄마 아빤 아무것도 몰라" 그리고 계속 울었다. 딸의 말에 나는 입이 닫혔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힘들어서 힘들다고 얘기한 건데, 그냥 위로만 해 줄 수 없어요?" 나는 생각이 깊어졌다. 어설픈 책의 지식으로 아빠의 노릇을 해 보려다가 마이너스(-)가 되었다. 딸의 마음을 전혀 몰랐던 것에 부끄러웠다. 딸아이는 답을 원한 게 아니라 공감해 주길 바랐다. 그것뿐이었다.


어떤 공감능력 테스트는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스펀지 심장, 따뜻한 심장, 딱딱한 돌 심장, 얼음 심장'으로 구분된다. 나는 어떤 심장일까? 딸의 친구관계 문제를 놓고 내가 했던 행동으로 보면 '딱딱한 돌 심장'인가? 나는 스펀지 심장, 아니 적어도 따뜻한 심장을 가진 아빠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인생 50년 이상을 달려오면서 배운 것이 문제에 부딪히면 해결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딸의 친구관계 문제를 듣고 자연스럽게 해결법을 제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잘못된 태도였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 중심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 중심으로 접근했어야 했던 것이다. 행복한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이런 말을 하였다. "저 역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가 좋아하는 방법이라는 원칙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로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확신이 있지만 아이가 싫어하면 바로 포기했습니다." 그렇다. 부모의 입장에서 굳이 해결법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의 마음에 아이의 마음을 품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이 부모의 마음속에서 따뜻해질 거니까. 차갑던 마음이 따뜻해지면 모든 게 서서히 풀어질 것이다. 마치 해빙기에 땅이 녹고 봄의 기운이 올라오듯이.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림이다. 따뜻해진 딸의 마음이 얼어붙은 친구의 관계를 잘 풀어낼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는 것이다.


행복한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의 '부모의 공감력을 키우는 4가지 방법'
① 감정 추억
지금 내 아이 또래였을 때의 자신을 기억한다. 당시 기억에 남는 일들과 그때 자신의 감정을 기억한다. 그때 자신의 감정에 견주어 부모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랐었는지 기억해본다.
② 감정 복기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냈을 때 그 상황을 돌아보면서 발단과 전개 그리고 파국과 결말을 정리해본다. 만약 아이 감정에 공감이 됐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본다. 당시 엄마의 감정을 아이에게 설명하고 아이의 감정은 어땠는지 정중하게 물어본다.
③ 감정 분리
화가 나거나 잔소리가 하고 싶을 때 원인 제공은 아이가 했지만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며 자신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아무리 감정을 자극해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게 어른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④ 감정 이입
감정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우선 벗어나거나 아이와 마주치지 않도록 뒤로 돌아선다. 심호흡을 여러 번 하는 등 안정을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감정은 이렇지만 아이의 감정은 어떨지 생각해본다.(아이의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으면 메모를 통해 아이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아이의 감정이 느껴지면서 자신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무뚝뚝한 아빠로서 공감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딸의 친구관계 문제를 일상의 삶 속에서 잊어버리고 지낸 어느 날이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다. "지난번에 얘기했던 친구 문제는 어떻게 되었어?" 이렇게 묻는 것도 잘하는 건지 확신이 없었지만 궁금해서 물었다. 다행히 거부감 없이 딸이 대답했다. "다시 잘 지내기로 했어요" 딸의 휴대폰 메시지에도 예전처럼 잘 지내자고 기록에 남아 있었다. 문제 해결은 부모의 몫이 아니었다. 부모는 딸아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바라봐 줄 뿐이었다. 부모의 역할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창한 어른 노릇을 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이번 일은 딸이 가르쳐 준 소중한 공감의 시간이 되었다. '부모의 공감'이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한 부모의 마음에 담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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