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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를 따라 걷기 좋은 도시, 옥스퍼드 3

by 정숙진

역사와 문화를 따라 걷기 좋은 도시, 옥스퍼드 1

역사와 문화를 따라 걷기 좋은 도시, 옥스퍼드 2



1, 2편 모두 옥스퍼드 시내를 따라 걷는 코스였는데, 이번에는 템스강을 따라 옥스퍼드 외곽으로 가는 코스다.


Oxford 2.png alltrails.com


예선로 - 폴리 다리에서 이플리 수문까지 (Towpath - Folly Bridge to Iffley Lock)


이상한 단어만 주욱 나열한 것 같은데 우리말로 생소한 개념도 있고 관광지로는 덜 유명한 지명이라 그러하리라. 웹사이트에서 추천한 이 코스는 왕복으로 4.8km로 1시간 남짓 걸린다.


Towpath (= Towing path)

* 배 끄는 길, 예선로


이날 일정을 시작하며 남편에게 이 단어를 설명하려 했더니 그 정도는 충분히 안다고 받아쳤다. 배를 전공한 남편 앞에서 배에 관해 아는 척했다가 무안당한 셈이다.


Finowkanal-treidel.jpg wikipedia.org


↑ 남성의 뒤로 말 두 마리가 따르고 있는데 이 말에 묶인 밧줄이 옆 수로에 떠있는 배와 연결되어 있다. 흑백 사진이라 구별하기 힘들지만, 말이 배를 끌고 가는 셈이다. 현대적인 수송 수단이 없던 시절, 배와 물길, 동물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하도록 만들어 놓은 길이 예선로다.


그 예전 말이 지나가던 길을 이제는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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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코스의 시작 지점 폴리 다리 (Folly Bridge) 아래에 서있다.


예선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지금은 동물이 끌던 바지선 대신 관광객을 싣고 가는 유람선만 대기하고 있다. 오전 9시를 갓 넘긴 시간이라, 배가 여럿 모여 있어도 당장 출발할 기미는 안 보였다.



"저분들 뭐 하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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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큰 배는 나타나지 않으니 잔잔하기만 한 강물 위로 새가 날아와 잠시 머물다 가기도 하고 작은 배에 한 명 혹은 두세 명의 사람이 타고 노를 저으며 가기도 했다.


우리가 강을 따라 걷기 시작한 지 15분 정도 될 무렵, 배에 탄 남녀 둘이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강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크게 다투는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서로 의견이 어긋나 언짢아하는 듯하다. 그런데, 남녀의 싸우는 소리보다 이들의 동작이 더 눈에 띄었다.


우리가 서있던 산책로에서 멀리 떨어진 물길이라 자세히 관찰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이상했다. 자리에 앉아서 양손으로 노를 저어야 할 것 같은 배에서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씩 노를 젓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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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처음에는 일반 거룻배를 패들 보딩처럼 타나 싶었는데, 옥스퍼드에는 서서 노를 젓는 배 클럽이 운영된다고 한다. 내게는 생소한 장면이지만.


앉아서 노를 젓든 서서 노를 젓든 배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두 사람이 계속 옥신각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 거리에 있으니 이들이 뭐라고 다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방향이나 속도에 대해 의견 일치가 안 되나 보다.


저러다 배가 산으로...

아니 잉글랜드에는 산이 많이 없으니...

저러다 배가 숲으로 들어가지...



"쟤네들 대장 옆에 일렬로 서서 명령 기다리는 졸병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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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밑을 지나다 발견한 건물 앞 광경이다.


우리가 걷던 강변에는 이처럼 로잉 클럽 건물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조정용으로 보이는 기다란 배가 옆에 쌓여 있다.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옆을 바라보는데 마침 그 위치에 기러기와 거위가 일렬로 서있다. 여성의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대장의 지휘에 따라 작전 개시를 준비하는 졸병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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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배가 있는가 하면, 가장자리에 정박해 둔 배도 보였다.


내로우보트 (Narrowboat).


말 그대로 폭이 좁은 배다. 운하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다. 좁은 운하를 따라 이동하기 좋은 구조이며 내부에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기에 호텔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이날 우리가 걷는 길에 발견한 배들은 대부분 한 곳에 계속 머무는 주거용으로 보였다. 뱃머리와 지붕에까지 화분과 살림도구를 얹어두기도 했고 먼지와 얼룩이 쌓이거나 거미줄이 처진 배도 있었다.


우리가 걷기 시작한 지 40여 분이 지나자, 드디어 승객을 실은 배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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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출발한 지점인 폴리 다리 밑에 정박해 있던 배 중의 하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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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접근하고 있는 곳은 이플리 수문 (Iffley Lock)으로, 이날 걷기 코스의 종착점이다.


Lock

* (운하·강의) 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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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주변 마을이 '이플리'다. 평소에는 강 건너편에 있는 마을로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시설이, 배가 지날 때면 수문 역할도 한다.


배가 수문 앞에 이르니 배에서 승무원이 내려 커다란 핸들을 손으로 돌려 직접 수문을 열고 수위를 조절한 다음 배가 지나가게 했다. 이런 수문이 두 개 연속 나온다. 앞서 나온 사진을 자세히 보면 뒤쪽의 수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배가 통과하고 있다.


두 개의 수문이 개폐되고 배가 수문을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싶었는데 실은 약 5분 정도 소요되었다.


수문이 개폐되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참조해 보자.

@ Royal Yachting Association



배 관련 구조물만 나타나면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전공자 남편은 남편대로, 비전공자인 나는 나대로 신기해하며 수문 개폐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런 우리를 발견한 승무원은 수문을 작동하는 통에 우리가 다리를 못 지나가는 건가 싶었는지 뒤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수로를 따라 걷는 길 자체도 아름답고 그 주변을 무대 삼아 활동하는 야생동물과 사람, 배를 관찰하고 수문 개폐를 지켜보는 과정도 흥미로운데, 이곳까지가 여정의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쉬웠다.


다리 건너편 마을도 구경해 볼까, 아니면 템스강을 따라 더 내려가볼까, 했지만 남편의 한마디에 새 여행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근처에 화장실이 어디 있을까?"


나이는 못 속인다.


어디를 가든 갑작스레 화장실을 찾는 남편 때문에, 아쉽게도 우리의 템스강 걷기 코스는 여기까지로 끝을 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했다.


이제는 옥스퍼드 시내에서 본 다른 구경거리를 소개한다.



옥스퍼드 성 (Oxford Castle &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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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퍼드에서 좀 오래되었다 싶은 건물이 다 그렇듯 이곳도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의 여느 성이 다 그렇듯 이곳도 전투를 대비해 지은 후 요새로 쓰이다가 나중에 쓸모가 없게 되자 1996년까지 교도소로 활용했다고 한다. 가이드 투어를 예약해야만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과학사 박물관 (History of Scienc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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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박물관이 아닌 과학사 박물관이다.



옥스퍼드 역사박물관 (Museum of Ox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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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자연사 박물관 (Oxford University Museum of Natural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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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을 앞으로 메야하는 제약이 없어 다행이다 싶었지만, 한여름에 냉방이 전혀 되지 않아 내부가 후덥지근했다.



"보드게임 카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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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은 아니지만 옥스퍼드 시내를 지나다 발견한 신기한 카페 (우리에게만)라 사진에 담아 봤다.


영국인이 보드게임을 즐기는 편이다 보니 이를 카페 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킨 건가 했더니, 보드게임 카페의 시초는 한국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보드게임 카페가 시작될 무렵 영국에 왔으니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나는, 영국에 이런 곳도 있나 싶어 신기해하며, 카페 안에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고 게임을 하는 사람도 관찰하고 나왔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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