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생리 전만 되면 내가 아닌 것 같다.
사소한 말에도 예민해지고 넘길 수 있는 상황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문제는 그 타이밍에 꼭 아이와 부딪힌다는 거다.
어제도 결국 별일 아닌 걸로 딸에게 말을 거칠게 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또 후회했다.
아이들이 잠들고 답답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김붕년 교수의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그때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청소년기의 뇌는 ‘리모델링 중’이라는 말.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아이들과 있었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올랐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사춘기는 아이의 성격이 변하는 시기가 아니라
아이의 뇌가 한 번 새롭게 정리되는 시간이라고 한다.
어릴 때 만들어졌던 연결들이 정리되고 필요한 부분은 더 강해지고 불필요한 부분은 사라지면서 완전히 다른 구조로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는
감정이 갑자기 커졌다가 줄어들고 판단이 느려졌다가 급해지고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제의 딸은 반항하는게 아니라 지금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걸 모르고 나는 아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바로잡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했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 말들이 어쩌면 아이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서 딸에게 했던 말이 다시 떠올렸다.
낮에 보였던 그 표정, 말을 멈추던 순간,
괜히 더 날카로워지던 말투.
그게 다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는 걸
그제야 이해하게 됐다.
아이들의 틀린 행동을 먼저 보지 않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 먼저 생각해보고
말을 고치기보다 감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한 번 더 짚어보는 쪽으로.
사춘기를 문제라고 생각하면
엄마는 계속 지치게 된다.
하지만 변화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조금은 덜 흔들린다.
아이를 이해한다는 건 아이의 행동을 다
받아주는 게 아니라 그 행동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조금 더 길게 바라보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 나는 아이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먼저 아이를 보는 시선을 바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는
아이에게도 처음이고
엄마에게도 처음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간은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중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