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아주 재미있어 난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던 것 같아 집 앞에 조그마한 잡화점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서 주인 할머니가 폐기물로 만든 인형옷들을 파셨어, 어린 나이에 정말이지 센세이션 했지! 할머니가 엄청 감각이 좋으셨어. 그 옷들은 매주 완성되었어 굉장한 컬렉션들이었지 그런데 사실 난 집에서 스트레스받고 갈 곳 없이돌아다니다가 그곳에서 인형옷을 하나씩 훔치곤 했어 그런데 그 주인 할머니는 내가 훔쳐가도 모르는 척해주셨어. 지금생각해 보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상황인데, 그렇게 용돈 받아서 사고 훔쳐 모은 옷들이 인형 바구니에 한 바구니였는데 볼 때마다 행복했어. 훔치지 않고 용돈을 모아서 인형옷을 살 때는 주인 할머니가 사탕을 하나씩을 주셨는데 염치도 없이 하나 더 달라고 조르곤 했어 지금도 살아계시려나... 돌아가셨겠지? 아무튼 난 어릴 때부터 지금 하는 일과 비슷한 걸 좋아했어 넌?”
“아... 난 맞아가며 배웠어. 할아버지가 이 쪽일 해야 한다며 엄하게 가르치셨거든. 못하면 잘하라고 맞았고 잘해봐야 칭찬은커녕 본전이었어. 내 인생에서 다른 건 생각해 볼 수 없었어.”
“근데 그건 왜?”
“너처럼 지구에서 있다 온 애들이 감각이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었거든.. 아 물론 처음에 지금은 니 실력 인정해”
“아... 그렇구나.. 그럼 넌 예술이 뭐라고 생각해?”
“음... 아름다운 것들. 너는?”
“정신적인 것을 밖으로 표현해 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물질적인 것 말고 정신적인 것 말이야”
“물질이 없는데 어떻게 정신적인 걸 표현을 해”
역시 내 결정이 맞았다.
“그러게.. 아무튼 이만 난 정리하로 나가볼게”
예전부터 할머니는 지옥이란 사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지옥이라 했다. 더 이상 조금의 순간도 소피아와 함께 지옥을 만드는 시간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오로시 내 스튜디오였다. 밖에서 쉬는 시간을 갖고 들어온 순간 혼자 있었던 사무실에 유리창으로 낯선 그림자가 보였다. 급하게 뛰어 올라갔고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흔적은 있었다. 내 디자인에 누가 손을 댄 것이 분명하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제로의 말이 맞았다. 소피아는 정말이지 예의 바른 악마 같다. 항상 웃고 있지만 그 손엔 삼치창을 들고 등 뒤로 손을 감추고 있다. “죽여버릴까...” 안된다. 죽이면 나만 억울하다. 디자인을 훔쳐갔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생각해 보자 어떻게 복수해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