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arkjudan
Oct 13. 2024
"너 오늘 과제 점수 어떻게 나왔어?"
"..."
등 뒤에서 울리는 소리에 소피아는 말이 없었다.
괜히 멀쩡한 소매 옷깃을 만지작 거려보지만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가 없다.
어디라도 숨고 싶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비난에 말.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소피아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쥐고 있던 연필로 책상 위를 힘껏 누르자 연필심이 튕겨서 나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지금 잘했다고? 성질을 부려?"
날카로운 장식을 달고 있는 손톱이 얼굴에 긁히자 소피아의 얼굴에서 피가 떨어진다.
"난 정말 네가 이해가 안 돼.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되는데 가서 세수하고 와"
소피아는 정말이지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세수를 하지만 피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죽어~!! 다 죽어버려! 악~~!!!"
쨍그랑 유리컵이 깨지고 분이 안 풀렸는지 잡히는 대로 물건을 부셔대고 목에 핏대를 올려 소리쳐 보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소피아는 이 시간만 넘기면 할아버지의 재산이 모두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이 고비를 넘기려 한다. 아빠가 살아있었으면 저 히스테릭한 여자를 가만히 놔두었을까 생각해 본다. 소피아의 할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이 죽고 나서 그 아들이 낳은 하나뿐이 손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했고 며느리에게는 그 손녀를 잘 키워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관심과 집착만큼 소피아의 내적 분노는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소피아가 학교에 간 날이었다.
소피아의 방청소를 하던 여자가 기겁을 도망간다.
큰 상자 안에는 목이 잘려 죽은 토끼들의 시체들이 쌓여있었다. 소피아는 그 사실을 모르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돌렸다.
찰싹 소리와 함께 소피아의 뺨이 부풀어 오른다.
"너 미쳤어? 네가 인간이야? 나가 죽어 이따위로 살 거면"
뺨으로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고 흔들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소피아는 아무 표정에 변화 없이 머리가 잡힌 채 주변을 살펴본다. 컵에 담긴 주황빛 주스 빨간 사과 과일을 깎던 검은색 손잡이에 과도가 눈에 띄었다.
"너나 죽어 그동안 정말 지겨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