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arkjudan
Oct 07. 2024
5. (4) 외로움은 결국
5. (4) 외로움은 결국
콸콸콸 얼음에 탄산음료를 가득 부으며 생각했다.
톡 쏘는 탄산향과 기포가 터시는 소리와 함께 명치가 막혀있는 느낌이 내려가는 듯했다.
'디자인은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모방한 것인지 대중에게 알린다.'
생각이 넘치듯 컵에 탄산음료가 넘쳐버렸다.
소피아와 같은 날 무대는 진행됐다. 난 그냥 내 디자인을 올렸고 초대된 사람들은 수군 됐다.
"왜 둘이 비슷한 디자인을 들고 나온 거지?"
"갈라선거 아니었어?"
"보나 마나 지구에서 와서 대충 디자인하던 주단이 베꼈겠지"
그 순간 무대에 영상이 바뀌었다.
영상에서 그동안 내가 작업하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찍은 모습이 나왔고 화면이 바뀌며 디자인 도난의 흔적들을 찍은 스튜디오 모습이 화면으로 나왔다. 그리고 음악과 함께 글귀가 나왔다.
"디자인을 훔쳐갈 수는 있어도 본질은 훔치지는 못한다 "
방금 끝난 같은 옷을 모델들이 하나둘씩 무대로 올라왔다. 디자인을 훔쳐갔다고 눈치챈 날부터 밤을 세서 의상들이 트랜스폼 되도록 다시 제작했다. 경쾌한 음악에 의상들은 신이라도 나듯 모양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마술이라도 보듯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기립박수와 함께 인사하고 난 무대뒤로 들어갔다. 성공이었다.
지구에서 누군가에게서 험담을 듣거나 괴롭힘을 당한 날 당일은 괴로웠지만 그다음 날부터 이상한 기운이 솟아나는 것을 느낀 적 있었다. 오기가 생겼고 미친 듯이 더 농작물 키우는 일에 몰입했었다. 그때마다 내 수확량은 배로 늘어 있었다. 쇼가 끝나자 현기증과 함께 황금빛 잘 익은 벼들이 일렁이는 잔상들이 보였다. 소피아는 연신 셔터가 터져 일그러진 눈을 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제로였다.
"나 없이 혼자 너무 잘하고 있는 거 아니야?"
"오랜만에 와서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왔으면 가치 밥이나 먹으러 가"
내가 좋아하는 선한 눈에 제로가 웃어줬다.
초밥집에서 초밥을 한입 넣으려는 순간 제로가 물었다.
"무슨 일로 왔냐고 안 물어봐?"
밥을 입에 넣고 우물 거리며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뭐 무슨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였어?"
"주단 나 며칠 전 그.. 대통령한테 연락이 왔었어 이제 연구실에서 해조류 원단이 완성되었고 의상만 우리가 제작해 주면 된데"
"원단은 우리도 충분하지 않아?"
"그게 그냥 폐기물 관리 때문에 개발된 건 아니고 입고 있으면 자가치료랑 산소공급이 가능한 원단이래. 제작되면 지구에서 온실 밖 장시간 작업이 가능해! 물론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해. 그런데 자금이 부족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