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arkjudan
Sep 27. 2024
3. (2) 갈리비아 해조류
3. (2) 갈리비아 해조류
곧 갈리비아 해초를 손에 쥐고 드디어 화성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붉고 차가웠다. 이곳의 공기는 지구와 달랐다. 맑고 청명했지만, 숨을 쉬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해초를 꽉 쥐었다. 그러나 문 앞에서 우리를 가로막은 존재가 있었다. 그 거대한 존재는 거의 인간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기계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는 “CY 2300-250”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었다. 이 인간-인큐베이터 혼종은 화성의 중요한 문지기 역할을 맡고 있는 듯했다. 그의 눈은 차갑고 무감정했으며, 입술에는 조소가 걸려 있었다.
“여긴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에요”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우린 의원과 약속이 있어요. 갈리비아 해초를 전달하려 합니다 "
나는 갈리비아 해초를 들어 보였다. 그의 눈은 해초를 스쳐 지나갔지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의원”
인조인간은 코웃음을 치며 제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것들을 당신들이 직접 찾았다고요?”
내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우리의 노력을 헛되이 할 순 없었다. 나는 그의 앞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의원에게 안내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분과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 순간 인큐베이터 인간은 내 손목을 냉정하게 잡고 해초를 빼앗으려 했다. 나는 저항했다. 인큐베이터 인간이 물었다.
-“이걸 당신들이 직접 찾았다고요?”
나는 화가 치밀러 올라 대답했다.
“말이라고 물어? 그럼 이걸 누가 찾아요?”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매우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는데”
“시끄럽고 의원이나 불러!”
-“당신 같은 하층민들이 찾을 줄이야”
“뭐? 그걸 초면에 말이라고 해? 인큐베이터 인간들 싹수없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렇게 배 아프면 이런 곳에서 신세한탄이나 하지 말고 직접 찾아 나서던지요”
-“뭐라고?”
제로가 끼어들었다.
“주단아 참아! 그냥 자기 연민에 빠져 신세한탄이나 하는 나약하고 불쌍한 인간일 뿐이야. 저런 인간들 특성 몰라? 자기보다 약해 보이면 아무한테나 저런다고..”
그때 관리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보인다.
“거기 CY2300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서 들여보내든지 내보내든지 하지 않고”
인큐베이터 인간이 이를 악문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가세요”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들으라는 듯이 외쳤다.
“아... 진짜 뭐만 한 게...”
제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됐어 평생 저러고 살다 죽어 지옥에나 가라 그래”
'저런 인조인간에게 영혼이란 게 있을까'
우리는 겨우 인큐베이터 인간의 손아귀를 벗어나, 의원에게 갈리비아 해초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날, 난 내가 맡은 임무를 다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의원의 사무실은 화성의 차가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물 안에 있었다. 금빛 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자, 의원은 우리를 맞이하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게 그 유명한 갈리비아 해초군요. 지구에서 여기까지 가져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계적인 친절이 담겨 있었다. 나는 갈리비아 해초가 든 작은 상자를 그의 손에 넘겼다.
"목숨 걸고 구했습니다. 이걸 바로 보고해 주셔야 해요."
하지만 의원은 서류 뭉치를 정리하며 내 말을 애써 듣지 않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상자를 들고 돌아섰다.
“물론, 대통령께 보고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도 바쁘신 분이니, 바로 처리되진 않을 수 있겠군요.”
나는 그 말에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직접 전해 드리는 게 좋을 거예요, "
내가 말했다.
"이건 너무 중요한 문제라..."
의원은 피식 웃으며 상자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손길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보고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당신들이 할 일은 여기서 끝났어요.”
제로가 옆에서 날카롭게 말했다.
“뭔가 이상해. 보고하겠다고 하면서 저렇게 태연하게 미루는 건 말이 안 돼.”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걸 대통령께 직접 보고할 수는 없는 거예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 그걸 지켜보게 해 주세요.”
의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지구의 운명도 중요하겠지만, 정치라는 건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해초가 대통령 손에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힐 겁니다. 모든 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투명하지 않아요.”
그가 상자를 책상 아래로 슬쩍 미는 순간, 나는 그것을 알아챘다. 그는 이 해초를 대통령께 보고할 의도가 없었다.
“당신, 이걸 뺏어가려는 거군요.”
제로가 소리쳤다. 그의 분노가 실린 목소리는 사무실의 차가운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의원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뺏어가려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용도를 생각해두고 있습니다. 지구를 구할 자원이라면, 그 가치를 아는 이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들이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그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는 모든 걸 잃고서도 이 해초 하나에 의지해 화성까지 왔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끼리 그 가치를 독점하려는 것이다.
"당신은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군요."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 해초를 당신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러나 의원은 이미 대화를 끝낸 듯 우리를 가리키며 경호원을 불렀다.
"이제 그만 나가세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그 순간, 내 손끝에 다시 한번 갈리비아 해초의 감촉이 떠올랐다. 우리가 이것을 가져오기 위해 무슨 고생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빼앗긴다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우린 그냥 나가지 않을 거야,”
제로가 그 옆에서 말했다.
“당신들이 무슨 수를 써도, 이건 보고해야 해.”
우리가 의원의 경호원들을 피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 건 순전히 본능이었다. 모든 게 갑작스러웠고,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제로와 나는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뛰자!"
제로가 소리치며 복도의 어두운 모퉁이를 가리켰다. 나는 갈리비아 해초 상자를 껴안고 정신없이 그를 따라 달렸다.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원과 경호병들이 우리를 쫓아오는 것이 분명했다.
“멈춰!”
뒤에서 경비병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우리는 절대 멈출 수 없었다. 이 해초가 지구를 구하든, 아니든, 이제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제로와 나는 끝없는 복도에서 길을 헤맸다. 이곳은 화성 상류층의 궁전 같은 곳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숨이 목구멍에서 불타는 것 같았다.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우리는 회색 벽 사이를 지나다가 구석에 난 작은 문을 발견했다.
"저기!"
제로가 다급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우리는 그 안으로 몸을 던졌고, 문을 닫자마자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방은 좁고 어두웠으며,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막힌 채였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갈리비아 해초를 품에 안고 속삭였다.
"그냥 원단 재료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된 거지?"
제로는 헐떡이며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몰라. 우리가 뭘 건드린 거지? 저들이 이걸 뺏으려는 이유가 뭘까?"
그 순간, 밖에서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들이 곧 문을 열고 우리를 잡아낼 것 같았다.
"주단, 일단 나가자. "
나는 제로의 말을 들으며 갈리비아 해초를 더 꽉 붙잡았다. 무언가 이 해초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그걸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우리는 다시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다.
"지구를 구할 자원이라고?"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해초를 손에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워졌다. 우리는 그저 이걸 의류 원단으로 쓰기 위해 가져왔을 뿐인데. 이 갈리비아 해초는 화성의 상류층이 탐내는 최상급 천의 재료였다. 지구의 황폐한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이 해초는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화학 물질을 거의 쓰지 않고도 가공할 수 있어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우리가 이걸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제로도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냥 옷감 재료야, 주단. 그들이 말하는 구원 같은 건 아니라고."
맞다. 사실 우리는 지구를 구할 생각 따위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원한 건 그저 화성 상류층에게 이 해초를 팔아서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것뿐이었다. 상류층의 비싼 옷을 만드는 데 쓰일 원단을 마련해 이곳에서 인정받고, 그걸로 우리 몫의 작은 안락을 찾으려 했던 거다.
하지만 이제 와서, 갑자기 이 해초가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라는 말을 듣자니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웃기기까지 했다. 의원은 우리가 지구의 생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믿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이었다.
"그래, "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이걸로 지구를 구하겠다고? 그럴 수만 있다면야…"
우리는 경비병의 추격을 피해 달리고,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버티며 마침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대통령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 속에는 그동안의 중압감과 고민이 스며 있는 듯 보였다. 그가 갈리비아 해초 상자를 받아 들고도 한참 동안 말없이 고민하는 것을 보며, 나는 그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갈리비아 해초가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말을 꺼냈다.
“ 하지만 의원들이 이걸 이용하려 했습니다.”
대통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네. 하지만... 이것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진실을 함부로 세상에 내보이기 전에...”
그의 말이 의아하게 들렸지만, 나는 그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지구를 구하는 일의 무게를 알고 있었고, 그만큼 신중하게 행동하려 했다.
“지구는 이미 너무 오래오래 파괴되고 있어요. 지금 이 해초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너무 빠르게 결정하면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고, 또 다른 이들이 이 자원을 독점하려 들겠지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로가 곁에서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
“그럼 해초를 그대로 두고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지구엔 시간이 없다고요.”
대통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이 맞소. 그래서 말인데,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둘에게 화성에서 머무를 수 있는 거처와 더불어 신소재 패션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갈리비아 해초는 뛰어난 천연자원이니, 화성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7조 원의 보상 또한 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손을 들며 말을 덧붙였다.
“부탁을 하고 싶소. 이 해초가 지구를 구할 가능성은 아직 실험 단계이고, 그 정보를 지금 당장 공개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를 도와 이 정보를 신중하게 다루고, 함께 미래를 준비해줬으면 합니다.”
나는 대통령의 말속에서 그가 지구와 화성을 모두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단순히 자원을 독점하거나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그 큰 책임감을 지고,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접근하려는 사람이었다. 나는 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제로는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화성에서의 거처, 신소재 패션 사업의 기회, 7조 원이라는 거액. 이 모든 게 우리에게는 꿈만 같은 일들이었다. 지구에서의 고된 노예 생활을 생각하면, 이 제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리비아 해초를 기반으로 한 패션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상류층은 우리의 의류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고, 우리는 그 덕분에 화성 사회에서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이 분주하고 화려했다. 옷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상류층의 유명 인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