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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길의 여유 Oct 01. 2023

신나는 지구촌 여행

꽃보다 청춘 in ~

  

서울시에서 퇴직자들의 인생 이모작을 지원하기 위해서 불광역에 이모작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세계노년학 대회를 서울시에서 유치하며 외국어자원봉사단을 모집했다. 대회가 끝난 후 외국어 봉사단 회원들이 모여 사회공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사회공헌’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2015년 ‘공유교실’이란 프로그램이 생겼고 회원들 외국 경험을 살려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류 심사 통과되고 PT 면접도 합격한 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일본, 유럽 쉽고 재미있는 지구촌 여행’이란 제목으로 4인의 강사가 맡아서 순서대로 진행했다.  해외에서 한동안 거주했던 사람 3명과 최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 책을 출판한 당사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이야기하는 강의였다.  의외로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모작지원센터에서 50+로 이름이 변경되면서 교통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불광역에서 종로3가역의 도심권 50+센터로 적을 옮겼다. 노인네들이라니!    

   

커뮤니티란 말도 생소할 때였다.  월 1회 회의실만 빌려 쓰는 수준으로 커뮤니티 활동이 시작되었다. 기관과의 첫 미팅에서‘이 노친네들은 모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50+ 도심권 팀장이 기억난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외국어봉사단만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무난하게 운영했다. 그해에 ’ 꽃보다 청춘‘ 여행 프로그램이 온통 화제였다.       


 2016년 50+도심권의 L팀장으로부터 꽃보다 청춘~ 으로 시작된 여행프로그램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딱 우리 단체에 맞는 기획안이었다.  이름하여 “꽃보다 청춘 in Hong Kong” 문화학교를 개설했다. 주 2회 두 달 동안 홍콩 여행에 필요한 정보와 언어를 교육받고 직접 일정을 기획하여 홍콩으로 자유여행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홍콩에서 몇 년 살았던 나와 영어 좀 한다는 두 명이 강사로 투입되었다. 평균나이 60세 이상인 분들이 비행기와 숙소를 직접 예약하고 팀별로 갈만한 관광코스를 결정한 후 여행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두 달 후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여행을 벗어나 처음 시도해 본 50+ 주도의 자유여행은 ’ 삶의 여유와 여행의 참 의미를 알게 해주는 새로운 문화가 꽃피우는 것 같았다 ‘는 후기로 성공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 꽃보다 청춘 in Japan으로 다시 구성하여 일본을 여행했다. 일본에 오래 사셨던 분과 일본어 하는 회원이 함께 진행했다.  뒤이어 00 기업의 후원으로 한 번 더 2018년 맘대로 여행 in 상하이란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 또한 참여자들의 자체 프로그램 기획으로 팀별 나눠 중국 상하이로 여행을 했다.     


참 신나고 보람된 순간들이었다.  이 모든 프로그램 진행 시 회원들 한마음 한뜻으로 협업하고 연대했음은 물론이다.  가만히 앉아 기회를 기다렸다면 올 수 없었던 순간들이다.  

    

  머리를 맞대니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시니어 대상의 여행 콘텐츠를 아이들 수준으로 재구성하여 학교 강의로 기획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신나는 지구촌 여행” 이다.  중학교 자유 학기 수업에 접목시켰다.   

   

  2017년 세 곳의 중학교에서 시작된 ’ 신나는 지구촌 여행‘ 프로그램에 모든 회원이 투입되어 다양한 나라를 강의하게 되었다.  이 강의는 2020년까지 계속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도 하게 되었고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PPT에 목소리를 입혀 녹음 후 관련 중학교에 제출하여 EBS에 통해 아이들에게 비대면으로 수업했다.


  2020년에 작은도서관 두 곳에서 이 프로그램을 초등학생 대상으로 다시 재작업을 했다. 사실 우린 모두 초등학생들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 전 초등학교 전문강사를 초청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회원들이 모두 배우는 것도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업 중 경험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모든 강의 후 강사료가 나온다. 우리가 받은 금액 전부를 학교 발전기금으로 학교에 기부하기도 하였고 금액의 30%를 봉사단의 기금으로 기부하여 봉사단 운영비로 쓴다. 호흡이 잘 맞았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자기만 하겠다 고집을 피우는 사람도, 비즈니스 하자고 서두르거나 무리하는 사람도 없다. 넉넉하게 밀어주고 끌어주고 양보하는 미덕을 가진 공헌력 깊은 사람들이다.     


삼 년 전 신입 회원을 가입시키기 위한 간담회가 있었다. 갓 퇴직한 몇몇 분들이 마치 감사라도 나온 듯 예산, 연간 계획 등을 질문하며 고압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퇴직 이후의 사회공헌 활동은 일반 조직의 경영구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한다.  그중 몇몇 사람이 신입회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후발주자라는 인식 때문인지 열정도 많고 지나치게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회원의 모습에서 사회공헌 활동도 일처럼 몰입해서 결과물을 내고자 했던 나의 모습이 거울처럼 보였다.  깨달은 그때부터 속도와 몰입의 정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퇴직 이후의 활동은 ’ 일중심‘ 이 아닌 ’ 가치 중심‘이 주된 활동이 되어야 한다. 이 또한 끝이 있는 활동이기에 마무리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언제든지 비울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공헌 활동은 단기간 내에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동체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순환과정이다.  


외국어 봉사단의 ’ 신나는 지구촌 여행‘ 강의는 끝이 났지만 이제 나를 위한 ’ 신나는 인생 여행‘에 도전하고자 한다. 인생을 여정이라고 한다. 나에게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공간 그리고 나 자신과 만남이다. 나의 도전은 지난 발자국을 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또 다른 만남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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