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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Aug 22. 2023

육아란 인간실험실

부모 세계관과 가치관의 보고이자 집약체

아이를 키우며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제목과 같은..)

흔한 말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이는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배운다. '엄마', '아빠'를 발음하는 그 순간부터 어떻게 말을 하는지와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내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방식, 다른 인간과 소통하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행동하는 법 등등 인간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행동양식과 사고양식을 부모로부터 배운다. 부모는 아이의 처음 만나는 세상이자 우주이고, 그 아이의 세상을 아름답고 반짝이는 세계로 만들 것인지, 험난하고 괴롭고 벗어나고픈 것으로 만들지는 오직 부모(또는 아이를 키우는 조부모나 모든 형태의 보호자) 손에 달렸다.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들어가 아이가 공식적인 사회생활이란 걸 시작하면서 배우는 것도 크지만, 한 인간의 인성발달에 아주 많은 부분이 유아기에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가정환경이란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어른답지 못한 부모가 막 나가는 아이를 키워내는 수많은 경우를 우리는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뉴스 기사에서 접하고 있다.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과 부족한 애착관계에서 기인한 잘못 형성된 인격 때문이라는 것이 사회 곳곳에서 보란 듯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난은 불편한 것이긴 하지만 제대로 가정에서 교육받고 올바른 인성을 형성한 사람은 그 불편함을 오직 '불편한' 정도로만 인식하고 자신의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갈 인성을 키워낼 수 있다. 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다르다.


내가 남편을 대하는 방식을 보며 딸아이가 많은 것을 따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행동과 말을 조심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언제나 눈여겨보고 있다. 책 읽는 것처럼 보여도, 밥 먹는 것처럼 보여도, 노는 것처럼 보여도 모두 듣고 보고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 행동하는 법, 싸울 때 쓰는 언어 같은 것은 아이가 어려서부터 그대로 보고 들으며 축적된다. 여자인 아이가 나중에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남편에게 하는 행동을 비슷하게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성인 아빠를 보며 아빠에게서 싫어하는 점은 남자친구를 고를 때 배제할 가능성이 크며, 아빠의 좋은 점은 아이에게 각인되어 '좋은 남자친구의 조건'에 무의식적으로 포함시킬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도 요즘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지만 엄마 아빠의 결혼생활이 행복해 보인다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결혼은 좋은 것'이란 인식을 갖게 되어 결혼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반대라면 비혼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진 세계관과 가치관의 보고이며 절충된 장점과 단점들과 행동양식을 그대로 물려받게 될 것이다.


남편과 나는 서로 극명하게 차이나는 장점과 단점을 가졌다. 다행히 아이는 우리의 장점들을 고루 물려받은 것 같지만 물론 단점들도 고루 물려받았다. 나의 나쁜 치열과 노래실력, 운동신경 같은 것을 물려받았고 (ㅋㅋ) 나의 문학적 감수성과 활자중독자의 기질을 물려받았고, 남편의 외향성과 리더로서의 자질 또한 일부 물려받은 것 같다. 우리 둘이서 이 자그만 한 아이를 잘 키워내려면 우리 각자가 물려준 장점들을 더 잘 키워나갈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며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단점들은 보완하여 이 사회의 좋은 구성원으로서 자라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 이런 과정들을 거친다면 흉한 범죄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니 아이 하나를 잘 키워내는 것은 일생일대의 과업이자 이 정부가 건강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또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되는 영역의 일이다. 내가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몰랐을 종류의 일이다. 나는 앞으로도 소중하고 소중한 내 외동아이 하나를 훌륭한, 훌륭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제대로 된 구성원으로 키워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곳에서 아이를 낳은 나의 최소한의 책임감 이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로서의 책임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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