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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May 18. 2023

소설 아닌 소설 쓰면서 느끼는 점

고마운 남편에게

실화 바탕으로 팩트를 80%쯤 엮고 재미를 더해 남편을 주인공으로 하여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 차.

속도가 붙었을 땐 다다다 쓰다가 갑자기 또 무기력증이 오거나 우울이 덮치면 관두었다가 포기할까 말까 고민했다가 다시 쓰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A4 용지 40매 분량의 글을 모았다. 대충 짜놓은 목차나 스토리라인 따라 이대로 마무리 지으면 대략 60매 정도는 될 듯하다.

이 글이 출간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렵지 않을까.....ㅠㅠ.. 흑.. ) 어쨌든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다 보니 느끼는 점이 많다.


내 일상, 내 생각 위주의 글이었던 에세이 형식만 쓰다가 실화 바탕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주인공이 아닌 타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사람의 입장에서 쓰니까..

그냥 이전처럼 떠오르는 대로 쭈우욱 쓰기보단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머리를 굴려서 스토리란 걸 생각하며 쓰게 되고, '내 스타일의 문장'보다는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재미가 더 중요하니 거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지금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인지, 동시대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부분이 있는지, 과연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는지 등등.


나를 그대로 표현하는 글이었던 에세이와는 달리 한층 더 '창작'에 가까운 진짜 문학의 영역 어디 뒤꿈치라도 가고 있는 느낌이다. 많은 소설가들이 자신이나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전적인 소설을 먼저 쓰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나는 아직 소설가보다는 에세이스트에 가까운 사람으로.. 어쨌든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것이 고무적이기도 하다.


남편과 어느덧 함께한 지 10년 차... 참 많이도 다투고 고난과 역경도 많았지만 남편이 나의 남편으로서, 또 내 아이의 아빠로서, 우리 부모님의 사위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을지 (미안하게도)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은 많이 없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소설을 쓰다 보니 남편의 입장을 이제라도 조금 이해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다.

본인이 원하기도 해서 소설의 주인공이 된 남편은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냉큼 달려와 읽고 있는데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왔니?'라고 할 때가 많았다. 그렇게 느꼈다면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어쨌거나 출간여부를 떠나서라도 이 소설이 남편 한 사람에게만큼은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본인에 대한 아내의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선물 받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10년 동안 미워한 적도 많고 싸운 적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가 당신 입장에서 글을 쓰면서나 깨닫게 되었지만 참 고생이 많았고, 고마웠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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