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수연이 쓰는 글

세계관 유지하려고 나름 노력 중인 에필로그

by 박서운과박식빵

남편이 글을 써보겠다고 할 때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

내가 출간하는 것을 보고 글 쓰는 게 쉬워 보였나?

생전 글 한 줄 쓰기는커녕 책을 읽는 것조차 하지 않던 남편인데, 최근 책 좀 읽기 시작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인생에 대해서 써보겠다기에 처음에는 놀란 것이 사실이었다. 유명인이 쓰는 자소전도 아니고, 평범한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누가 읽어줄 것인가 조금 의아하기도 했고, 출판계의 제일 큰 고객은 30~40대 여성이니 남자들의 이야기가 과연 시장에서 먹힐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정작 그 큰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내 책도 말아먹은 주제에 말이다.

뭐 어쨌거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자기 인생을 바탕으로 에세이와 소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글을 마침내 완성했다. 중간중간 나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나 역시 소설을 써본 적은 없어서 아무리 실화 바탕이라 하여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우리는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는 10년 차 부부이기도 하므로, '그의 이야기'란 곧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함께 만들다시피 하며 우여곡절 끝에 소설 아닌 소설을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이 평범한 남자에 관한 소설이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자신을 포함해 우리 부부의 역사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이 소설을 다 읽는다면 어떤 이는 '고작 그 정도 고난들로 엄살을 피우냐.'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고작 그 정도를 성과로 포장하는 거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간혹 누군가는 남편과 조금은 비슷한 삶의 과정들을 거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자신과 남편의 모습을 대입해 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가 함께 해낸 이 성과물에 대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하지만 크나큰 기쁨이 될 것이다.

시작과 끝이 어찌 되었든 작가가 아니었던 남편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신이 말했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계속되므로' 우리는 앞으로도 앞을 향해 뚜벅뚜벅...

지금까지 열심히 굴려온 공을 힘껏 밀어가며 삶을 함께 살아낼 것이다.

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과 미약하고 작지만 소중히 함께 이룬 것들, 그리고 우리의 아이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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