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슴에 대나무를 품고 살아가
오래전 동양화를 배웠던 때가 생각난다.
화선지에 붓모를 비스듬히 눕혀서
대나무 마디를 계속 연습했던 적이 있었다.
그냥 직선으로 쭉 긋는 게 아니라,
대나무 마디마다 절도 있는 힘 조절이 필요했다.
곧게 뻗은 대나무를 표현해야 되는데
힘 있게 붓을 밀고 나가면서도
마디를 표현할 때는 호흡조절이 관건이었다.
대나무 사진을 앞에 걸어놓고
대나무 마디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실제 대나무의 느낌을 그림에 담기 위해서
정말 수없이 많은 선을 긋고 또 그었다.
겉보기에 가느다란 대나무
그러나 절대 쉽게 꺾이지 않는 대나무
곧게 뻗어나가는 줄기 사이사이
모진 시련 딛고 마디에 마디를 올려가는
대나무의 절도 있는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대나무처럼 살아야겠다고
이 삶에도 그런 마디가 필요하다고
나만의 품위를 지키고 지조있게 살겠노라고
매 순간 시련과 고통이 찾아올지라도
이 삶에 마디 하나 생겨나는 것이니
이 순간을 잘 넘기면 되는 거라고
나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대나무를 닮은 사람이 되자고
오늘은 이 가슴에 대나무를 품고
하루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