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2018)
백인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우리 안의 흑인 어머니-시인-는 우리의 꿈속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롭다.
흑인이자 레즈비언이자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가 쓴 에세이들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억압받는 복수(plural)의 정체성으로 괴로워하는 자들에게 말한다. 그들이 괴로워하는 그 차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원천이라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흑인·여성·레즈비언이 빼앗긴 목소리·느낌·감각을 되찾아 오는 일이다. 자기 목소리를 되찾은 자가 기존 체제와 불화하는 목소리를 낼 때, 변화의 초석이 마련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기에 대한 긍정은 차이의 존중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언어로 스스로를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의 목소리, 즉 차이의 목소리가 귀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경청한다.
요컨대 그들은 무수히 많은 차이를 지닌 존재들이지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자신의 가치를 타인이 재단하게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처럼, 오드리 로드는 '차이'와 '공통적인 것'을 오가며 급진적 정치 기획을 벼려낸다.
'여성'을 위한 정치기획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차이를 삭제하는 폭력으로 둔갑한 요즘, 차이에 기반한 페미니즘 정치학을 가장 날카롭게 품은 오드리 로드의 성찰이 수십 년의 세월과 지리적 거리를 넘어 지금 여기에 도착했다. 너무 고맙고 반갑다. 오드리 로드의 글이 목소리를 빼앗긴 자들이 자기 힘을 되찾는 데, 그 힘을 정치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레즈비언 공동체에서 나는 흑인이고, 흑인 공동체에서 나는 레즈비언이다. 흑인에 대한 어떤 공격도 레즈비언과 게이 이슈다. 나와 수천 명의 흑인 여성들은 레즈비언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레즈비언과 게이에 대한 어떤 공격도 흑인 이슈다. 수천 명의 레즈비언과 게이는 흑인이기 때문이다. 억압에 위계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