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삼촌의 육아일기 #16
조카를 하원 시키고 놀이터에 가면 이미 많은 친구들이 모여있다. 인원수가 많은 만큼 아이들이 놀이터에 갖고 나온 장난감도 가지각색이다. 우리 조카는 씽씽카 또는 자전거를, 다른 친구는 공룡 장난감을, 또 다른 친구는 요새 유행하는 푸시 팝 등을 갖고 나온다.
어른들이야 누가 뭘 갖고 나오는지 신경 쓰지 않지만, 아이들 눈에는 내가 갖고 있는 비싼 장난감보다, 당장 친구 손에 들려있는 싼 장난감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서 좋은 장난감이 있어도 친구의 장난감을 한 번씩 갖고 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 '양보'라는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종종 문제가 생긴다. 친구가 장난감을 빌려주면 가끔 그게 내 것이 됐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또 친구가 장난감을 빌려줬는데, 내 장난감을 친구에게 빌려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때는 어른들이 나서서 '양보'를 가르친다.
얼마 전에는 공룡 장난감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아이를 하원 시키고 놀이터에 갔다.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공룡 장난감을 갖고 있었다. 조카도 공룡을 좋아해서 이미 할아버지가 큰 공룡도 사주고, 움직이는 비싼 공룡도 사주었다. 그에 비해 친구의 공룡은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장난감이었지만, 조카는 뭐에 꽂혔는지 계속 그 공룡을 갖고 놀고 싶어 했다.
마침 그 친구는 조카가 갖고 있는 씽씽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친구한테 씽씽카 빌려주고, 그 사이에 공룡 갖고 놀까?"라고 물어봤다. 하지만 조카는 씽씽카도 빌려주기 싫고, 공룡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 수는 없고 친구가 빌려준 만큼 조카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야 조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씽씽카를 양보했다.
몇 분 후 공룡을 빌려준 친구가 조카의 씽씽카를 다 타고, 공룡을 돌려달라고 했다. 나는 조카에게 "이제 돌려줘야지?"라고 말했지만, 조카는 그 공룡이 자기 것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내 거! 내 거!"라고 말하며 돌려주기를 거부했다.
공룡을 두고 실랑이가 길어지자, 나는 "그러면 씽씽카 친구 주고, 우리는 공룡만 가져가야지 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조카는 울먹이며 "아니야! 아니야!"라고 하며 그제야 공룡을 돌려주었다. 아직은 어려서 '양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친구들과 놀면서 양보를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그렇게 실컷 놀고 집에 오면 조카는 약간의 투정을 부린다. 아까 갖고 놀던 친구 장난감을 또 갖고 놀고 싶은데, 집에는 그런 장난감이 없으니 잠깐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또 친구가 요새 유행하는 푸시 팝을 갖고 왔는데, 그날은 한참 거기에 빠져서 계속 푸시 팝을 누르고 있었다. 집에 온 조카는 계속 나에게 누르는 시늉을 하며, 우리 집에도 그 장난감 있냐는 듯이 물었다. 나는 그 장난감은 없으니까 내일 친구랑 놀 때 갖고 놀자고 말했더니, 조카는 시무룩해지며 뽀로로 인형만 만지작거렸다.
마침 그날 저녁에 외출할 일이 있어서 번화가에 갔는데, 그 푸시 팝을 팔고 있었다. 손에 든 게 많아 그냥 지나칠까 했다. 그런데 계속 의기소침해진 조카의 모습이 떠올라 결국 사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놀 수록 새롭게 가르쳐야 하는 것도 많이 생기고, 사줘야 하는 장난감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몇 마디의 말과 지폐 몇 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