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삼촌의 육아일기 #14
평소처럼 조카를 하원 시키고 놀이터로 데려가던 날, 먼저 뛰어가던 조카는 놀이터에 있는 친구의 씽씽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조카에게도 씽씽카가 하나 있긴 있었다. 그런데 친구의 씽씽카에는 손잡이에 나팔 모양 경적이 있었다. 그게 신기했는지 물끄러미 쳐다보다, 눈치를 보며 한 번씩 쓰다듬었다.
그것을 보자 친구는 “내 거야!”하고 조카를 못 만지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그게 너무 신기했는지 친구 몰래 다시 한 번씩 쓰다듬었다. 그 장면을 본 친구는 “만지지 마!”라고 말하며 조카를 밀쳤다. 그때 친구 어머니께서 오셔서, “엄마가 친구들이랑 같이 타라고 사준 건데, 이렇게 욕심부리면 돼요, 안돼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중재했다. 그리고 “xx이도 한번 타보세요” 하면서 조카에게 그 씽씽카를 양보하셨다.
한 두 바퀴 탔을 때, 친구는 다시 나타나 그 씽씽카를 빼앗아 갔다. 하필 그날 귀찮아서 조카의 씽씽카를 두고 갔는데, 놀이터에서는 조카 빼고 모두 씽씽카를 타고 놀고 있었다. 씽씽카를 뺏긴 조카는 내 품에 안기더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씽씽카…”라고 말했다. 말한 건 한 단어지만, “나만 씽씽카가 없어…”라고 말한 것이다.
내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게 의기소침 해진 모습을 보니 많이 안쓰러웠다. 요새 하도 말을 안 듣고 떼를 써서 화를 돋우는 일이 많았지만, 차라리 떼를 쓰는 모습이 의기소침한 모습보다 나았다. 주눅 든 모습은 자꾸 잔상으로 남아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혹시 이번 조카 생일 때 선물로 씽씽카 사줄 수 없을까?”
어차피 씽씽카를 누나네 집에서 계속 가져올 수 도 없어서 한 대가 더 필요했는데, 마침 오늘 같은 모습을 보니 엄마도 마음이 영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씽씽카에 달 수 있는 액세서리들 있으면 그것도 좀 사줘… 본인 것 있는데도 장신구 달려있는 씽씽카만 보면 눈치 보면서 만지는 게 안돼 보여…”
“그래 알겠어! 나도 좀 마음이 안 좋더라고…”
그렇게 나는 바로 조카의 씽씽카를 주문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집으로 새로운 씽씽카가 도착했다.
조카는 새로운 씽씽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를 보더니 “껴! 껴!” 하면서 흥분이 극에 달했다.
씽씽카를 간단히 조립하고, 제일 중요한 액세서리를 달았다. 요새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라는 공룡 머리와 LED 라이트를 달아주었다.
조립이 끝나니 조카는 신이 나서 집에서 씽씽카를 타고 다녔다. 특히 공룡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신기하게 쳐다봤다. “이거 누가 사준 거야?”하고 물어보면, “삼촌”이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다가와 뽀뽀를 해주었다.
집에 갈 때가 되니 조카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씽씽카만 챙겨서 나갔다. 밖이 어둑어둑하자 LED도 직접 키고 신나게 씽씽카를 몰고 갔다.
다음날부터 조카는 그 씽씽카만을 타고 다녔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그 씽씽카를 갖고 놀이터에 가자 애들이 몰려서 구경했다고 한다. 거기서 조카는 의기양양하게 서서 “이거 내 거야”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애를 낳아보지는 않았지만, 부모가 자식들에게 부족함 없이 다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는 기회였다. 다른 것보다 아이가 주눅 든 모습이 참 마음이 아파서, 최대한 다 해주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아직도 조카의 주눅 든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 오늘도 새로운 씽씽카 액세서리를 쇼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