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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Jun 10. 2021

이제는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29살 삼촌의 육아일기 #13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해, 아주 그냥!"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말을 지금 내가 조카한테 하고 있다.


지난 화에서 조카가 "아니야"라는 말을 배워 뒷목 잡을 일이 많아졌다고 적었는데, 이제는 아예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 이 눔의 싯키 멱살 한번 잡고 싶지만... 그럴 수 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기에 두 눈을 꾸욱 감고 참아가고 있다.



지난 화

    : https://brunch.co.kr/@cavin396/58




요새는 날씨가 좋아져 밖에서 딱 놀기 좋은 시기다. 그래서 하원 후 조카를 데리고 놀이터에 자주 데려가는데, 여기서부터 말을 듣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일단 미끄럼틀은 거꾸로 타고 본다. 처음 미끄럼틀을 배울 때 종종 거꾸로 올라가는 걸 좋아해서 뒤에서 밀어주고 올려줬는데, 그게 습관이 됐는지 이제는 미끄럼틀을 아예 거꾸로 탄다. 위에서 누가 올라올 수도 있어서 계단으로 가자고 말하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거꾸로 올라간다.



그러다 놀이터에 씽씽이를 탄 애가 등장하면, 갑자기 조카도 타고 싶다며 집에 있는 씽씽이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까 씽씽이는 나중에 타자고 해도, 일단 눈에 보인 씽씽이를 꼭 타야 한다고 우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엄마는 나에게 씽씽이를 가져다 달라 부탁한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땀범벅으로 집에 들어온다. 그런데 입구부터 또 말을 듣지 않는다.



하루 종일 놀고 왔으니까 신발이 더러운데, 문을 열자마자 곧장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소파 위에 올라간다. 날이 맑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족적이 그대로 남아서 일일이 닦아야 한다. "하지 마", "안돼"라고 얘기해도 일단 치고 들어온다.



신발을 벗기고 엄마가 조카를 씻기고 나면, 집에 들어올 때 마트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는다. 전에는 조용히 잘 먹었는데 이제는 숟갈도 쓰지 않고 코를 박고 먹는다. "그러지 마ㅠㅠ 제발 숟가락으로 떠먹어ㅠㅠ"라고 말해도 또 코를 박는다.


그렇게 놀다가 누나가 오면, 조카는 집에 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가면서까지 조카는 말을 듣지 않는다.



요새 분무기에 꽂혀서, 나갈 때마다 분무기를 갖고 물을 뿌리고 다닌다. "하지 마ㅠㅠ"라고 해도 소용없다.




이렇게 조카는 요새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서 우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할머니에게 혼나는 조카


엄마는 이제 애기가 반항기가 온 거라고 하면서 이해하지만, 나는 아직 참을성이 없어서 그런지 종종 빠직(?)할 때가 있다. 이 행동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어서 커서 점잖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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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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