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 올랐다.
아이들의 여행 목록에도 있었고, 나 역시 언젠가 다시 오고 싶던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른 게 벌써 10여 년 전. 오랜만에 찾은 성산일출봉은 그때와 다르지 않게 그대로 서 있었지만, 나는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산을 오른다는 것.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어 오르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큰아이는 씩씩하게 먼저 앞서 나갔고, 둘째와 막내는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엄마, 힘들어…” 나를 의지하는 작은 손을 잡아주며 나도 조용히 숨을 골랐다.
산은 그렇다.
오를 때는 힘들지만, 한 걸음씩 내디딜수록 펼쳐지는 풍경에 멈출 수가 없다. 정상에 다다르면, 오르느라 흘린 땀을 보상받듯 눈부신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인생처럼.
가끔은 이 힘든 길을 오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오르고 나면 알게 된다.
발이 무거워도, 숨이 차올라도, 그 순간순간을 지나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는 걸.
바람이 불었다.
산을 감싸는 바닷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바람이 내 마음을 조금씩 비워 주는 것 같았다.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마침내 정상에 섰다.
탁 트인 시야 너머로 바다가 펼쳐졌다.
이렇게 높이 올라왔구나. 내가 걸어온 길이 저 아래 보였다.
그 순간, 마음 한쪽에서 잔잔한 경외감이 피어올랐다. 내가 아무리 흔들려도, 이 거대한 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광활한 풍경 앞에서, 나는 언제나처럼 작아지고 겸손해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자연을 바라보면 된다.
하나님의 솜씨가 담긴 이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말없이, 묵묵히 나를 감싸 안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