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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조금 더 걸어보기로

by 청량

제주에 대해 잘 모르던 우리는 아이들이 즐겨듣던 오디오 동화에 나왔던 제주의 명소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그 동화를 반복해서 들으며 제주에 가볼 날을 기다렸었고 드디어 제주에 온 것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제주에 와서 동화를 듣고 또 들었고 이곳에 나온 명소 중 도깨비 도로를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다.


“얘들아 오늘은 도깨비 도로야”


아빠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와~~~~” 하며 화답했고 나도 도깨비 도로는 처음이라 동심으로 은근히 기대하며 차에 올랐다.


착시현상으로 오르막을 막 굴러 오르는 콜라캔, 오르막을 슬슬 전진하는 자동차. 이런 것을 보러 온건데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실망가운데에도 아이들은 밝았다. 도깨비 도로앞에 있는 도깨비 동상에도 올라타고 사진도 찍고 하는데 나는 또 춥다. 여전히 바람은 차갑고 차에 피신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그래도 여기 와서 다행이야’

우리, 다섯식구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있었다면, 나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바람이 거칠어도 낯선 풍경이 어색해도 익숙한 곳에서 혼자 버티는 것보다는 나았다.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 바람을 즐기는 날이 오겠지.

제주의 숨막히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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