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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반가운 손님

by 청량

제주에 온 지 열흘쯤 되었을 때, 손님이 찾아왔다.

4~5년 전쯤 알게 된 부부였다.

제주를 유독 좋아해 자주 찾던 그들은 이번에도 여행을 왔고, 부인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아마 아이를 낳기 전, 마지막 여행이었을 것이다.


마침 우리가 제주에 있다 보니, 겸사겸사 얼굴을 보러 온 듯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부부라 그런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끼리 조용히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누가 온다’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내 마음이 조금 더 밝아지는 걸 느꼈다.

제주에서의 날들이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가 일부러 우리를 찾아준다는 사실이 괜히 더 반가웠다.


함께 가기로 한 곳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장소였다.

수목원길 야시장.


그 부부는 제주를 자주 오다 보니, 여행객보다 조금 더 제주를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곳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야시장은 아이들과 만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넓은 야외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고, 간단한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제주의 밤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야시장 안은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했다.

손에 쥔 따끈한 어묵 국물이 속을 데워주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 마음 한구석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그중 어떤 인연은 짧게 스쳐 지나가고, 또 어떤 인연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남는다.

그날 함께했던 부부와 우리처럼, 때때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가끔씩 소식을 나누고, 기회가 될 때 찾아가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

우리는 늘 곁에 있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잊히지 않는 인연.


제주의 바람 아래, 따뜻한 불빛이 반짝이는 야시장.

반가운 얼굴들, 따뜻한 음식, 그리고 제주의 밤.

짧았지만 마음이 풍성해지는 밤이었다.


서로를 찾아오는 일이, 서로를 기억하는 일이,

그리고 잠시라도 함께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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