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른 해변.
검색을 한 것도 아니고 추천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삼양해변.
검은 모래가 펼쳐진 낯선 풍경.
흔히 보던 하얀 모래가 아닌 까만 모래.
그 위를 걷는 발걸음마다 신기했다.
밝을 때 “와~~” 하면서 들어갔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자 바다는 더 근사해졌다. 붉은 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하늘은 바다에 녹아들었다.
그 사이,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순백의 드레스가 검은 모래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을 만큼, 이 순간이 특별하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에 온 지도 어느덧 2주.
그제야 내 눈에도 바다가 보였다.
‘예쁘구나’
처음엔 그저 넘실대는 파도일 뿐이었는데, 춥기만한 바다였는데 이제는 바다의 표정이 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씩 미소짓는 나도 보인다.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물결도, 저 멀리 부드럽게 퍼지는 노을도 모두 다르게 다가왔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래위에 이름을 쓴다. 바다에만 오면 모래에 꼭 하게 되는 놀이. 아이들은 아빠가 엄마 이름을 썼다며 킥킥 웃는다. 나도 같이 따라 웃었다.
나는 원래, 자연 앞에서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삼양해변의 일몰도 그랬다. 붉은 해가 바다에 닿아 조금씩 사라져갈 때 가슴 한쪽이 아릿해졌다.
왜인지... 자연이 주는 선물 때문인지,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을 보며 우리들의 그때가 떠올라서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곳에 와서
바다가 주는 풍경이 예쁘게 보인것도.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는 것을 보는 것도.
해가지는 것을 보는 것도.
내 이름이 모래에 써지는 것도.
우리의 그때를 떠올려보았던 것도.
모두..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나는 해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몇 번 더 깜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