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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셋째는 어떡해!?

한 명에서 세명으로

by 청량

애가 셋이나 있지만 나는 아직도 힘주어 말한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사람들은 웃는다.

애 셋을 낳은 여자가 할 말은 아니라는 듯이. 눈에 꿀 떨어뜨리면서 무슨 소리냐고.

물론 나의 아이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잘 기르고 있고, 낳고 기르다 보니 예쁘다. 분명 예쁘고 애틋하다.

그렇지만 ‘정!말!로!‘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영유아는 거의 만나본적이 없을뿐더러 조카도 없었다. 교회에서는 이제까지 중고등부 교사만을 해왔고, 내가 상담을 공부하고 상담교사가 되고 싶은 것도 청소년들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런 내가 홈스쿨링을 한다.

물론 영유아는 자신이 없어서 초등 과정부터, 첫째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보려 했다. 그래서 작년 1년을 꽤 열심히 달렸다.

그러면서 고민이 되었다.


‘정말 셋을 다 할 수 있는 거 맞을까?’


올해 둘째가 7살, 셋째는 6살. 내년에 둘째는 학교에 갈 나이다. 그래서 첫째 홈스쿨링을 시작하며 늘 염두를 해왔다. 머릿속으로 자꾸 시뮬레이션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뜻밖의 일이 생겼다.


일상을 벗어나 제주에서 3개월을 보내게 되었고, 자연스레 여행 홈스쿨이 시작됐다. 다시 서울로 올라온 뒤에는 잠시 조부모님과의 동거가 시작되었고, 잠시 머물 예정이라 당연히 어린이집은 안 보냈다.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런 계획 없이,

셋이 함께하는 홈스쿨이 되었다.

상상도 못 한 상황이 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셋을 끌어안게 되고 그래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노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작년엔 종종 걱정했었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걱정할 틈이 없다.

그냥 해야 한다.


상황도 상당히 열악하다.

우리 집도 아니고, 공간도 좁고, 교재도 없고 아이들이 깔아놓고 쌓아놓고 보던 많은 책들도 당연히 없다.

그래서

기대도 없고 욕심도 없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힘을 빼고 나니 아이들도 나도 가볍다.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말씀도 쓰고 외우고, 한글도 영어도 하고, 자기 페이스에 맞게 흘러가고 있다. 제일 흐뭇한 장면은, 엄마와 단둘이 수업을 하던 첫째가 이제는 선생님이 되어 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모습이다.


세 명이 함께하여 나름 완성된 형태의 가정학교를 만드는 것은 완벽함도 철저한 준비도 아니었다.

그저 불안이 많고 걱정이 많은 나에게 스며들듯 들어온 세명의 입학생들은 나를 또 성장시키고 있다.


이제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조금은 더 많이 웃으며,

아이들과 재미있게 학교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난다.



여러분들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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