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정식으로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건만,
벌써 나는 벽에 부딪힌 듯한 기분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집’이 아닌 시댁에 머무르고 있다.
한시적 거처라는 상황과 예상치 못한 일정들이 엉켜 있는 이 시간.
마음만 잘 먹으면 충분히 공백 없이 해낼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자꾸만 느슨해지고 게을러진다.
‘우리 집에 가면 다시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지금은 홈스쿨링을 최소한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지쳐 있다.(홈스쿨 때문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그냥 쉬고 싶고,
책을 보며 영화를 보며 그냥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많아졌다.
아이들과의 하루를 오롯이 계획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버티기의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감사한 점도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집을 풀고, 정해진 공부를 해나간다.
내가 꼭 곁에 붙어 있지 않아도 어느 정도 흐름을 유지해 주는 것, 참 감사하다.
크게 뒤처지거나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계획에 없던 공백들이 자꾸 마음 한켠을 무겁게 만든다.
우리 홈스쿨의 중심 수업이었던 동화책 프로그램은 어느덧 6개월째 멈춰 있다.
물론 그 대신 제주여행 세 달,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삶 같은 더 귀한 배움을 얻었다고 나를 위로해 보지만… 그걸로 마음이 대단히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홈스쿨 주 책임자의 숙명인가 보다.
그런 나에게, 희망 하나.
이제 곧 이사다.
이 모든 혼돈의 계절이 지나고 드디어 우리 집으로 간다.
어떤 집이 좋을까 이곳저곳 알아보고 집을 보러 다니며
나는 오늘도, 긍정회로를 마구 굴리고 있다.
잠시,
버텨내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유연하게, 아이들과의 일상을 다시 새롭게 짜보고 싶다.
어쩌면 홈스쿨링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다시 세우고, 또다시 멈췄다가 이어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멈춘 것 같아 보여도,
그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고, 나도 자라고 있다...........(고 믿는다!!!)
이제 다시,
우리 집에서 시작될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며
작지만 단단한 다짐 하나를 꺼내어 본다.
“다시, 같이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