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어느 날 말했다.
“엄마, 나는 학교 한번 다녀보고 싶어요.”
마음이 쿵 내려앉으면서 깜짝 놀랐다. 첫째 아이가 홈스쿨을 하는 걸 보며 늘 자신도 합류하길 기다리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도 학교에 가겠다고 한다. 첫째는 쉬는 시간에 동생을 만나면 되겠다고 하고, 셋째까지 “나도, 나도!” 하며 보태니 한참을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그동안 나는 마음은 쿵닥거리고,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침착하게 이유를 물어보니, 둘째의 대답은 의외였다.
“엄마 힘들까 봐.”
휴—. 나는 무슨 모습을 보였던 걸까. 제주에서 돌아와 시댁에 머무는 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아이 눈에도, 그 틈이 보였던 거다. 야심 차게 시작한 홈스쿨이 이렇게 끝나는 걸까. 마음속에서 수백 가지의 생각이 동시에 꿈틀거렸다.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고,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세 아이 모두 학교에 간다면 누구보다 자유롭게 재미있게 살 자신이 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그래, 너희가 다 학교 가겠다고 하면… 나는 미뤄뒀던 박사과정을 밟아야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서운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홈스쿨링이 내게는 참 좋았나 보다.
아직 결론은 없다.
둘째가 진짜로 학교에 가게 될지, 아니면 다시 마음을 돌려 우리와 함께할지,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할 생각이다. 홈스쿨이든 학교든, 중요한 건 결국 아이와 내가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 속에서, 나 역시 계속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며칠 후, 둘째 아이가 농담처럼 말했다.
엄마, 나 홈스쿨링 할래요
그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아마 며칠 후면 또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겠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