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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영성을 한 손엔 전문성을

by 청량
한 손엔 영성을, 한 손엔 전문성을


20대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전공과는 전혀 무관하게 청소년선교단체 간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늘 이렇게 외쳤다.


그 구호는 그저 단체의 슬로건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은 문장이 되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는가 하면,

홈스쿨링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 시절 그 구호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한번 ‘영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단어를 붙잡게 되었다.

나 스스로도 그 문장처럼 살고자 애써 왔지만,

이제는 그 길을 아이들의 삶에도 이어주고 싶다.

하루하루 배움 속에 믿음의 뿌리를 내리고, 삶을 살아갈 실력을 길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그래서 늘 고민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일단

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성경책부터 꺼낸다. 아이들에게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지금은 나의 소망이지만 살아보니 그것이 참 좋은 것임을 알기에 그들도 알게 되길 바란다.

찬찬히 말씀을 소리 내어 읽고, 함께 묵상하며 짧은 질문을 나누는 시간은 하루의 마음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비록 완전하게 몸에 배이지 않았기에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며 그 시간을 만들어 나간다.


홈스쿨링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과 말씀을 중심에 두고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실천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말씀과 기도 중심의 하루를 지켜나가고 싶으면서도, 엄마로서 교과 과정에 더 힘을 주고 싶은 욕심이 자주 얼굴을 들이민다.

믿음의 뿌리를 심는 일과 실력을 키워주는 일 사이에서 매일 중심을 점검하는 일이 필요해진다.


지금 우리 집 홈스쿨의 메인 수업은 동화책 수업이다.

책을 읽고 주제에 맞는 후속 활동을 함께 하며, 예술·과학·수학·시·인물 등 다양한 도서의 카테고리를 요일별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처음엔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으나, 이제는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깊이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 하나의 중심 수업은 영어 시간이다. 영어책을 읽어주고 들려주면서 조금씩 재미있게 영어를 알아간다. “에이, 비, 씨” 하던 친구가 영어를 더듬더듬 읽는 걸 보면 커다란 덩치의 아이가 꽤 귀엽다.

또 성경 이야기를 영어로 천천히 듣고 말하며, 간단한 구절을 암송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조금씩 접하고 있다.

말씀을 배우는 동시에 영어에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준비한 시간이다.

(주요 수업을 이야기 했지만 욕심 많은 엄마는 그 외에도 많은 활동과 공부를 한다ㅎㅎ)


공부도 중요하고, 신앙도 중요하다.

그 사이에서 매일 중심을 잡아가는 일이야말로 홈스쿨링의 진짜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믿음과 배움 사이를 오가며 자란다.

눈을 비비며 말씀을 읽고, 종종 책상 대신 거실 바닥에서 수업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그 모든 하루가 모여 아이의 마음에 믿음과 배움의 길을 놓고 있다고 믿는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이 여정을 함께 나누고 싶은 분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손 흔들어주세요:)

저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고 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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