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는 교장선생님

혼자 하는 홈스쿨링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by 청량

누가 그랬다.

홈스쿨은 부모 둘이 전심으로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실전 교사로는 활동하지 않더라도, 엄마에게 엄청난 지지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아빠의 역할이다.

현실적으로 보통 아빠들의 홈스쿨링 참여는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 집도 그랬다.

아빠는 바빴다. 나는 혼자서라도 잘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아빠를 배제하고 계획을 짜보기도 했다.


남편은 하루 종일 사역과 많은 일정을 오가며 분주하게 살아간다. 밤이면 녹초가 되어 들어온다. 홈스쿨링을 해보겠노라 이야기할 때부터 나는 그가 동료교사가 되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든든한 후방지원자가 되어달라고 했었다.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지만 학교가 잘 굴러가도록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 행정적으로 큰 역할을 해주는... 바로 ‘교장 선생님’.

그래서 나는 어느 날, 남편에게 교장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붙여주었다.


물론 우리 교장선생님께서는 나의 선택을 지지해 주셨지만, 그 마음 한 켠엔 분명한 우려도 있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나의 피로도.

“너무 지치지 않을까, 무너지진 않을까” 나는 연신 괜찮다고 오히려 즐거울 거라고 했지만 그는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내 안의 부담과 책임감, 나의 건강 등 우려는 생각보다 컸다.


또 하나는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세상은 어둡고 학교도 때론 어두울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믿음으로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세상 속에서 말씀을 붙잡고 살아가는 연습.

신앙의 전장이라는 말.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믿음이 막 움트는 연약한 새싹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세게 불기 전, 뿌리를 깊게 내리게 돕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같았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래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선택한 길이 홈스쿨링이었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

우리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부부가 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크나큰 안정감을 줄 있다.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우리 홈스쿨 교장 선생님은 여전히 바쁜 일정 끝에 지친 얼굴로 돌아오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말 인자한 교장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건넨다.


홈스쿨링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같은 방향을 바라봐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또 힘을 낸다.





(반드시 남편이 아니라도 누군가의 지지와 격려, 또는 함께하는 코웍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래 내어놓습니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처럼요)

keyword
이전 05화오늘도 홈스쿨, 중심 잡는 연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