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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스토리 Jul 04. 2024

세월소리

칭찬을 잘 못하는 엄마였다.

똑딱똑딱 시계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는 세월이 가는 소리다.

한 걸음 두 걸음 어쩜 늘어짐도 없이 명확하게 걸어가는지

정확한 보폭의 구둣발 구령도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 멈추는 것을 단 한 번도

멈추지 못하고 가는 초시계소리에 내 세월도 덩달아 제깍 제깍 흘러간다.


응애하고 태어나던 아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귀에 아직도 들리는 듯하고, 힘없이 가누지 못하던 머리를 들 수도 없던 시절이 어느새 수십만 번의 똑딱 소리에 몸도 마음도 다 자란 성인이 되었다.

자기 몫을 찾아 떠나겠다고 선언을 하고 짐을 꾸려 집을 나간 지 일주일이 되었다. 여전히 세월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시간이 흘러 휴대폰을 가까이에 귀를 대고 녀석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건다.

아직도 나에겐 아기 같은 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끌어안고 싶어 진다.

얼굴을 비비면 깎여진 턱수염에 까끌거리지만 남편의 턱일 때 보다 훨씬 부드러워 비비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칭찬을 밥 삼아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칭찬이 보약이라는 말에 칭찬을 하고 싶어서 칭찬거리를 찾고 찾았지만, 칭찬할 거리가 없다고 혼자서 탄식할 때도 있었다. 칭찬에 인색한 게 아니라 진짜로 할 게 없었다.

매일 게임에 미쳐있는 아들에게 어떤 칭찬이 약이 될지 몰랐었다.

어쩌면 그 칭찬에 나 자신 스스로에게는 독약을 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칭찬에 메말라 있었다.


녀석의 칭찬거리를 찾기 위해 아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세우고 마음에 오버된 양선과 탐심의 배낭을 메고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드디어 한 개 찾아내었다. 아들이 샤워 후에 자기 벗었던 자신의 옷을 세탁실 바구니에 넣는 것을 본 것이다. 유치하지만 유치원생에게 해줄 법한 칭찬을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가 한꺼번에 힘들지 않게 가져가지 않아도 되겠네" 해줄 게 없다던 칭찬거리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애매모호한 칭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이젠 제법 칭찬을 할 줄 아는 엄마가 되었다.


모든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가 문제라는 말에 나는 깊이 찬성한다. 말을 할 줄 모르는 부모에게서 역시 같은 말을 잘할 줄 모르는 자녀가 나기 마련이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를 늘 고민하고 녀석들에게 실험하기를 벌써 23년이 되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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