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향기가 있다.

음.. 엄마 냄새.. 엄마 향기.. 그거 무슨 향기야?

by 곰스토리

냄새와 향기는 의미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냄새란? 명사로 쓰이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혹은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 라고 하고 향기란? 꽃, 향, 향수 등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네이버 사전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의 말속에도 말 냄새와 말 향기가 있다.


딸아이가 어느 날 내 품에 푹 파고들어 "음.. 엄마 냄새" 하며 엄마한테만 나는 향이 있다고 한다. "나도 맡고 싶다. 엄마 냄새" 나의 냄새는 어떤 냄새일지 궁금하다며 설명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 음.. 뭐... 어쨌거나 설명할 수 없는 엄마 향기가 있어"라고 말을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이 한마디 더 거든다. "맞아 엄마한테만 나는 엄마 향이 있어"라며 자기들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이러거니 저러거니 주고받는다.



어릴 적 문득 어느 책에서 엄마냄새라는 단어를 보고 나도 엄마 냄새 그러니까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상상을 했다. 어떤 냄새일까? 나는 똑똑했을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엄마가 살았을 때를 떠 올리며 내가 어릴 때 쓰던 비누 하나를 기억에서 떠올렸다. 그 시절에 혹시라도 "다이얼비누"를 엄마는 쓰지 않았을까? 에서 시작 된 나는 그때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버스를 타고 읍에 가서 큰 슈퍼들을 다 돌며 다이얼 비누를 찾았던 것이다.

왜 그 비누가 보이지 않았던지 몇 군데를 돌며 드디어 찾은 비누 돈을 계산하고 돌아오는 길 버스에 타기도 전에 승강장 벤치에 앉아 그 비누의 껍질을 벗지고 코를 박고 향을 맡았다. 왜인지 서글프지만 편안함이 느껴지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엄마가 살아생전 쓰던 비누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유추한 나의 생각대로 마치 그 비누 냄새가 엄마의 향기인 것처럼 30분여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맡고 또 맡고 다이얼 비누에 취해 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무슨 향일까? 나도 내 향기가 궁금해졌다. 내가 늘 쓰는 아로마와 세안제와 혹은 샴푸 향을 말하는 것일까? 아님 "금방 방귀 뀌었는데.."라며 녀석들에게 웃으며 말을 보탰더니 "그런 향기 말고 있어! 그런 거!"라며 나만 모르는 내 향기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엄마 몸에 코를 박고 한참을 안고 있더니 막내는 그런다. "됐다! 충전 완료! 엄마의 향을 맡고 나면 힘이 나는 향이 있어"라며 말하는 녀석들의 말에 웃음이 난다.


그러고는 씽~ 가버린다. 각자의 방으로 각자 할 일을 하러 가버리는 아이들.. 이제는 더 커서 자기만의 향을 찾아가는 건지 엄마의 향을 맡으러 안기는 날의 횟수가 많이 줄었다.

힘든 날 코를 박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엄마라는 게 세상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끼는 그런 나이가 되고도 스스로 자기의 것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대견하고 아쉽기만 하다.


사실 비단 엄마의 향만 있을까? 녀석들에게도 나는 향이 있다.

어릴 때부터 맡아오던 그 베이비 향이 어느새부턴가 성장 호르몬의 향으로 바뀌어 아이들을 위한 세안 용품들을 찾아 고르고 좋은 향이 나게끔 해야 하는 일도 엄마 몫이지만, 페로몬 같은 야생성 향기가 그저 엄마인 내게는 우리만의 신호 같은 향이다.

엄마만의 향기로 아이들만 힘이 났던 게 아니다. 엄마인 나도 녀석들의 향기로 힘이 났고 행복했으며, 충전 가득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나에게만 있는 그 냄새란 그들이 맡을 수 있는 최고의 향수였을까? 그 말을 들을 후 엄마여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또 해보았다. 그 향기가 나의 코를 스쳐가지는 않지만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 후로 난 가끔 잘 보이지 않는 다이알비누가 어쩌다 눈에 띄면 무조건 사들고 왔다.

그 향의 문제가 아닌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의 말이었다. "음.. 엄마 냄새, 엄마 향기" 무엇보다도 말의 향기가 더 잔잔하고 진하게 품어져 나왔지만 머리 아프지 않은 인공향이 아니 사람향 말의 향기였다.


어떤 향수보다 서로의 향기가 우리의 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다 커서 곁을 주는 일이 어쩌다 한 번이지만 그 한 번이 참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슬픔을 외로움을 포용과 용기를 주는 잊지 못하는 그 향기 치료의 향기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믿는다.

코로 맡아지는 향도 있지만 귀로 듣는 말은 아주 오랫동안 세월이 흘러도 그 향기가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말향기를 품은 사람이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0.3초 만에 우리의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그런 향기 아니고도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그 따뜻한 향기를 치료제로 쓰이는 향기 말이다. 바로 엄마 향기 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는 종종 녀석들의 말향기로 치유를 얻어 본다.

쓰는 시간-gom_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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