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시어머님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나와는 직접적 트러블이 아니지만, 남편은 거의 대부분 일방적으로 시어머님께 야단을 맞는 것 같은 대화방식이었다. 거기에 나는 당연히 함께 꾸지람을 듣는 듯이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는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고 이런 마케 새끼!"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번에 "마케"라는 뜻을 알 것만 같았다.
"바보 새끼" 혹 그런 말이 아닐지... 그리고 그 후로 가끔 시어머니는 화가 날 때면 대화 중에도 새 아들들에게 불쑥 등장하며 나오는 말인 "마케 새끼"는 어떤 새끼를 하는 말 하는 것인지 "바보 멍청이" 등등 이런 말을 할 것 같은 타이밍엔 항상 "마케"가 등장했다.
남편은 그러려니 하며 듣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어머니는 세상에 없다. 그리고 그 후로 그 "마케 새끼'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시어머니를 기억하며 문득 그 "마케"가 떠오른 것이다. 대체 그 뜻이 무엇일까 싶어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던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에는 이런 뜻이 있었다. "마케란? 모두 또는 전부를 일컫는 경상도 지방의 말이다." 이렇게 혹은 명사로 독일의 아우구스트 마케, 화가의 이름이었고, 좀 더 밑으로 내려가 보니 독일어 사전에 이렇게 표기가 되어 있었다. 결함, 흠 괴팍, 기벽, 또는 별난 짓, 미친 짓이라는 독일어 중 하나였다. 경상도 지방의 말로는 긍정의 뜻을 가지고 있었지만, 독일어로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 있었다.
그렇담 우리 시어머니는 어떤 방향에서 '마케'라는 단어를 사용하셨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좀 여쭤볼걸.. 그때는 당연히 부정적으로 들렸기에 마케는 바보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쩌면 시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칭찬의 말로 속이 터져 욕을 한바탕 해주고 싶을 때마다 "아휴 이런 나의 전부인 새끼야!"라고 말씀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상반되는 뜻을 알고 나니 웃음이 난다.
하나는 어떤 뜻인 줄도 모르고 당연히 바보로 여김을 받아야 하는 말로 알아들었고 시어머니의 속 깊은 곳에서는 어쩌면 "그래도 내 새끼야~" 하는 것 같은 긍정의 말로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사용하셨을지는 시어머님만 알고 계시겠지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고 '마케'라는 단어가 좋지는 않다. 큰아이가 어릴 적 줄곧 할머니가 하는 말들을 따라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중에 역시 나도 동생들에게 '마케야"라고 하던 일이 떠오른다. 그리고 "서글놈 새끼야"라는 말도 가끔 했다. 그 말은 우리 친정 할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욕이다. 나 역시 '서글년'이란 말을 듣고 자랐다. 어린 아들은 동생에게 화풀이를 할 때 가끔 생각이 나는지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우린 그것은 나쁜 말이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많은 시간을 공들여 가르쳤다.
좋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다. 그러나 시골 촌 동네에서 살았던 나는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가 되면 가끔 오랜 언어들이 뛰어나올 때가 있다. 욕은 아니지만 시골 특유의 센 사투리들이 나온다.
모두가 정든 친구들이라 스스럼없이 나누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그 언어들을 듣고 자란 덕에 비켜갈 수 없는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겠다.
이토록 한번 우리에게 들어온 언어는 쉽게 나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몸 어딘가에 기생하는 기생충처럼 붙어 지니고 있다가 불쑥 나오는 것이다.
올바른 언어생활은 습관이다. 어떤 언어습관이냐에 따라 삶의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어가자면 말은 곧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