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철학을 접했을 때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겠다.
나는 스토아 철학에 흥미를 느꼈지만 그 내용을 온전히 흡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용이 어렵기도 하고, 현대인의 감각으로 공감하기 힘든 내용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토어 학파의 대표 철학자 중 에픽테토스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노예 출신인데, 어느 날 그의 주인은 단순 재미 목적으로 그의 다리 한쪽을 꺾었다. 에픽테토스는 "계속 그러면 내 다리가 부러질 것입니다"라고 경고했으나 주인은 그 말을 무시한 체 결국 그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러자 에픽테토스는 "그러게 제 다리가 부러질 거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라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분노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지만… 다리가 부러졌는데 소리 좀 지를 수도 있지 않나?!
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그 옛날 기원전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맸다는 사실에 꽂혔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아라' '충동에 끌려다니지 말아라' 같은 가르침이 고대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건강히 먹는 것에 대한 것도 그렇다. 다이어트에 대한 해답은 이미 수천 년 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직도 동일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가? 이미 결론이 나온 내용에 대한 답을 검색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가르침을 원했던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해설이 필요했다.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이해되는 결론을 갖고 싶었다. 명쾌한 해답을 가슴에 품고, 아무 의문도 없이 사는 게 멋있어 보였다.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 대한 시기, 물욕, 헛된 충동 같은 것에 대해서도 의연해지고 싶었다.
여기서 이 남자가 등장가 등장한다. 데이비드 고긴스.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 그는 전 네이비 실(미국 해군의 특수부대) 대원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육/해/공 특수부대 훈련을 모두 완수하였고, 울트라 마라톤 같은 극한 경기에 70회 이상 출전한 경이로운 인물이다. 그의 책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는 모호했던 나의 의문에 몇 가지 실마리를 주었다. 스토아 철학이 가르침이었다면, 데이비드 고긴스는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예시였다.
그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삶을 살았다. 폭언과 손찌검은 일상이었고, 아버지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가죽벨트로 매질을 당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스케이트장에서 밤새 일하느라 학교에서는 졸기 일쑤였다. 고등학교 당시 데이비드 고긴스의 독해 능력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었고, 학교 시험은 친구 것을 요령 있게 베껴서 제출하는 찌질이었다. 음식에 대한 절제력도 없어서 덩치가 산만했다.
그런 그가 특수부대에 입대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3개월 안에 48kg을 빼야 했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은 눈부시다. 그는 적당히 알바하며 귀갓길에 밀크셰이크를 먹는 낙으로 살아가도 됐다. 자신을 때린 아버지를 원망하는 방식으로 주변인들의 따뜻함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갈구했다. 변화하기 위해 자신의 찌질함을 마주했다. 위로나 핑계로 도망치지 않고,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인다. 그리고 고쳐질 때까지 실행한다. 해결됐으면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이를 반복했다.
나는 그 명료함에 매료되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으면? 받아들이고 해결한다. 살이 쪄서 몸이 무겁다? 운동하고 먹는 걸 조절한다. 방을 치워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치울 시간을 만든다.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본다? 유튜브를 덜 본다. 물론 해결책은 단순해도 실행이 어렵다. 하지만 데이비드 고긴스가 자신의 나약함을 직시하고, 상처와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용을 읽었을 때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