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늦은 오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사무실 창가에 놓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누군가가 보낸 신호다. 이제 일 그만하고 놀자는 무언의 신호. 90년대 록 음악일 때도 있고, EDM 장르일때도 있다. 그러면 한두 명씩 어슬렁거리며 사무실 부엌으로 향해 맥주를 꺼내 마신다. 맥주를 여러 병 따서 일하는 자들에게 배달하는 사람도 있다. 손에 마우스 대신 맥주병을 쥔 사람들이 늘어난다. 퇴근할 것인가 함께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처음에는 술자리에 자주 어울렸다. 집에 가도 덕순이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같은 사무실에서도 퍼플팀과 본사의 업무 공간은 분리되어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이 되면 함께 놀았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사람들과 여행, 취미, 문화, 연애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었다. 한국 이야기를 하면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보다 한국 대중문화를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일 이야기로 불타오를 때도 많았다.
2차로는 케밥집에 자주 갔다. 케밥과 맥주를 세트로 먹으며 본격적으로 3차를 준비하는 것이다. 3차부터는 술이 독해지기 때문에 케밥으로 배를 채워 놔야 한다. 보드카와 칵테일을 마시러 바(Bar)로 향한다. 가는 길에서도 맥주를 마셨다(베를린에서는 노상음주가 그렇게 드물지 않다). 바에서 마시다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그러다 보면 더 마시게 된다.
그렇게 자정이 넘도록 마시면 어딘가에서 대마초 냄새가 스멀스멀 나기 시작한다. 나에겐 그때가 집으로 가는 타이밍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해 대충 이만 닦고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 술에 절은 몸을 겨우 일으켜 주말을 맞이했다.
사무실 파티가 재밌는 점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적당히 마시다 헤어질 때도 있고, 새벽까지 시끄럽게 노는 바람에 인트로에서처럼 경찰이 올 때도 있었다. 누군가가 아마존에서 구입한 노래방 머신을 스피커와 연결해 즉석 노래방 파티를 열기도 한다. 새로 입사한 사람을 환영하며 마실 때도 있고, 퇴사하는 사람의 마지막 날에 마시기도 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주스나 콜라를 마셨다. 술을 강요하는 사람도, 집에 가지 말라고 붙잡는 사람도 없었다. 많이 마시지 말라며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즐겼다. 나도 어느 시점까지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