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후의 주말은 한결같았다.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얼굴에 물을 묻힌다. 잠이 깬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피곤하다. 졸리지는 않은데 눈꺼풀은 무겁다. 그 상태로 숨만 쉬다보면 주말은 지나가 버린다.
한 번은 친구의 생일이어서 큰 바에 테이블을 예약한 적이 있다. 칵테일을 다섯 잔 연속으로 마셨다. 어리석게도 나는 빈 속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구토와 설사가 이어졌다. 15분마다 화장실을 가야했다. 주말이 지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Sick] 엉덩이에서 불이 나서 집에 있어야 함.’
퍼플팀 동료들에게 메일을 보낸 뒤, 일주일을 죽과 약으로 버티며 집에서 일했다. 덕순이는 탈수가 오지 않도록 물을 꼭 챙겨 마시라는 걱정의 말을 해주었다.
그 후로 술자리를 줄이기 시작했다. 꼭 가고 마시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찍 귀가했다. 사실 나는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타입이 아니다. 휴일에는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에 들떠서, 외로움을 잊으려 여기저기 어울렸던 것 같다. 그때부터 평온한 주말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돈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처음에는 일에 매달렸다. 매뉴얼 작성처럼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주말에 몰아서 했다. 광고 테스트를 미리 해 놓아 월요일 아침에 바로 틀 수 있도록 세팅했다. 주말에도 매출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에는 늘 매출 그래프를 띄워놨다. 나중에야 매출이 일정 수준 하락하면 알림이 오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초반엔 눈으로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매출이 갑자기 떨어진다 싶으면 설정값을 바꾸며 응급조치를 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팀원들도 늘어나면서 주말에 일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장기적으로 봐도, 주말에 일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행위였다. 정말로 급한 메일이 오지 않는 이상(제목 앞에 URGENT라고 쓰여 있다), 주말에 일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것을 시도해봤다. 덕순이가 독일로 오기 전에 독일어를 마스터하는 것을 목표로 독일어 학습책을 폈다. 일주일만에 그만두었다. 잘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너무 어려운 나머지 의욕을 잃고 말았다. 시계 읽는 법을 외우다 그만 때려치웠다. 공문서나 보험 관련 등을 처리할 때는 회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같이 사는 한국인 부부도 많이 도와 주었기 때문에 더욱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일을 하지 않을 거라면 마음 편히 쉬고 싶었다.
밖에는 나가기 귀찮아서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자주 했다. 하루종일 같이 게임을 하다 저녁이 되면 휴식을 가졌다. 집에서 3분거리에 있는 아시아 레스토랑으로 가 아주 저렴한 기름범벅면을 사왔다. 친구와 떠들며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다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가끔 게임 중에 집주인 부부의 고양이가 방에 들어와 나의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그러면 어김없이 고양이 알러지가 발동되었고, 눈물과 콧물이 흘러나왔다. 고양이를 잘 달래서 방 밖으로 내보내고 화면을 보면 어느새 내 캐릭터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 게임은 고양이 때문에 졌다고 정신승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더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혼자서 보내는 방구석 주말은 너무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