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눈에 좋아보이는게 중요해?
요즘은 이게 기본이라고?
그래서인지 각 브랜드별로 가장 저가 라인의 커플링은 국민템이 되어버렸다. 티파니 밀그레인, 불가리 비제로원, 부쉐론 콰트로링, 카르티에 러브링 등 다이아가 박혀있지 않은 개당 2~300만원 정도의 웨딩밴드는 거의 국룰처럼 되어버렸다.
나 역시 결혼 준비를 하면서 비싼 반지에 대한 로망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격을 보니 마음이 그냥 접혔다. 원체 화려한 걸 좋아하는 취향인지라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다이아가 링 전체적으로 콕콕 박힌 반지였다. 공홈에서 가격을 확인해보니 0.25캐럿짜리가 무려 465만원, 0.5캐럿은 985만원이나 된다.
아니 대체 뭔 반지가 이렇게 비싼건지. 985만원이면 냉장고, TV, 세탁기, 건조기 등 웬만한 필수 가전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었다. 심지어 여자용 다이아 반지 하나가 이 가격이니 남자 반지를 저렴한 200만원짜리로 산다고 해도 결혼 반지에만 천이백만원 가까이를 쓰는 셈이다.
과연 반지 하나가 천만원 가까이의 효용을 줄 수 있는걸까? 막말로 반지에 '티파니'라고 큼지막하게 써붙여져 있는 것도 아닌데 겨우 자기 만족을 위해서 천만원 가까이의 돈을 태우는게 맞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다 싶었다. 똑같이 천만원을 쓴다면 결혼 반지 같은 사치품(?)보다는 가전제품 같이 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곳에 돈을 쓰고 싶었다.
휩쓸리지 않기
그래서 우린 그냥 종로로 갔다. 처음 우리가 생각한 예산은 250만원이었는데 종로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반지를 맞출 수 있었다. 플래너는 우리 예산을 듣고선 청담을 추천했지만 청담이나 종로나 큰 차이가 없을 듯 해 그냥 종로에서 맞췄다.
이 반지를 맞추는데 두 개 합쳐서 14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명품 브랜드의 다이아에 비하면 다이아 퀄리티가 한참 떨어지긴 하지만 평생 끼고 다닐 반지이니 품질 같은건 적당하기만 하면 되었다.
요즘은 프로포즈링(다이아 반지) 따로, 웨딩밴드 따로 맞춘다고 하는데 반지가 2개씩 있을 필요가 뭐가 있나 싶기도 하고 웬만한 웨딩밴드 디자인은 다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내 껀 다이아 반지로, 남편 꺼는 일반 커플링에서 골랐다.
시계나 가방도 서로 욕심이 없었기에 패스했다. 몇백만원씩 큰 돈을 들여서 비싼 가방, 시계를 사도 흠집이 날까 무서워 모셔놓기만 한다면 너무 아까웠다. 결혼준비를 핑계로 평소라면 하지 않을 과소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소비를 한다면 결혼식이 끝난 후 시간이 지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뚜렷한 기준이 없으면 이리저리 휩쓸려 과소비를 하기 쉬워진다. 둘 다 허례허식에 과한 지출을 하지 말자는 명확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 준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