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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Jan 07. 2021

007. 주가에 정비례하는 기분

가격이 떨어지는 데 주식을 더 사라고?

순수한 내 돈이 투자금으로 사용되니

이벤트로 받은 꽁돈으로 투자할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마인드셋 자체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꽁돈으로 주식투자를 했을 때는

'잃어도 그만이고, 벌면 좋은 거고.'

애초에 내 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지

0원이 돼도 본전이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200,000원이라는 비교적 소액에

'내 돈'이라는 마음이 들어가니

'절대 잃으면 안 되는 돈'이 되어버렸다.

절대 잃으면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해버리니

지난번 꽁돈으로 투자할 때와는 달리

조금의 주가 변동에도 마음이 요동쳤다.


'모바일 어플라이언스'는 

내가 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유망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내가 35주(194,670원)를 사고 난 그 날로

주가가 푹 꺼져버렸다.

아무리 주식에 대해 일자무식한 나일지라도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

주식 시장 불변의 진리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다.


그런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될지는 몰랐다.

5,562원에 35개를 샀는데,

그날 5200원으로 주가가 폭삭 떨어졌다.

195,000원의 금액이

180,000원으로 떨어졌다.

7%가량의 손실이었다.

15,000원이면 치킨 한 마리 값인데

치킨 한 마리쯤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하루 만에 7%나 떨어지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소액으로 투자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꽁돈 70,000원으로 벌었던 금액이 

약 15,000원이었으니

재밌는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돈을 처분할 생각이었다.

정확히 본전이었으니깐.


'야, 나 이제 주식 안 해.'

'왜.'

'하루 만에 7%나 떨어졌잖아.'

'그럼 내일 더 사. 바겐 세일이네.'


흥미로운 표현이었다.

바겐 세일이라니.


친구는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원래 5천 원 정도의 가치를 하는 물건을

4천 원 가격에 판다면 사겠냐는 거였다.


'당연하지.'

'그럼 더 사.'


친구는 단 한 가지 질문으로 나를 설득했다.


그날 50,000원을 더 입금했다.

친구를 믿고 10개만 더 살 마음으로.


 

그렇게 10개를 더 샀는데

이번엔 5,100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50,000원을 더 입금하고

또 20개를 샀다.


65개를 보유하게 됐다.

평단은 5,364원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그다음 날이었다.

4,600원대로 떨어진 거다.

'그래. 한 번 믿어보자.

이게 바닥이겠지.'하고

53개를 추가 매수하여

총 118개를 보유하게 됐다.


물론 바닥이 아니었다.

4,500원선이 깨지고

4,495원에 25개를 추가 매수했다.

총 143개를 보유하게 됐다.

총 투자금액은 750,000원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몰랐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뭔가에 홀린 듯이

입금하고, 또 입금했다.

그리고 주식을 주워 모았다.


떨어질 때마다 열심히 사서 그런지

평균 매입가가 꽤 낮아졌고

5,562원에 처음 구매한 이후

평균 매입가는 4,960원 정도로 낮아졌다.

물론 주가는 4,400원대였으니

주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750,000원이 누군가에겐 소액일 수 있겠지만

괜찮은 노트북을 한 대 장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일매일 수직 낙하하는 주가를 보며

꽤나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돈을 더 투입할 생각도 없었고

그냥 언젠간 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흘렀고,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차츰차츰 주가를 회복하더니

2020.10.30. 엄청난 슈팅을 해버린다.

5천 원선을 가뿐히 돌파해버리며

약 7%(+48,649원)의 수익을 내게 안겨줬다.

처음 200,000원을 투입하고

그다음 날 7%가 떨어졌을 때는

15,000원에 불과했지만

투입금액이 늘어나니

같은 7% 임에도

5만 원 가까운 돈이 되었다.


일주일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지만

매일 아침 파란 그래프를 볼 때마다

'하루빨리 이 시련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만약 투입금액이 더 컸더라면

손실금액도 더 컸을 테고,

그 일주일이 더 지옥 같았을 테다.

나는 지난번 다짐은 못 지켰지만

이것만큼은 꼭 지키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절대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은 투자하지 않겠다고.'


주가가 떨어지는데 오히려 더 사야 한다니.

바겐 세일?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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