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반토막이 난 수익
주식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이 말에 대부분 동의할 거다.
얼마 전 위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성별과 연령별로 그룹을 나눴을 때,
가장 수익률이 좋은 그룹은
30대 여성그룹으로 26%에 육박했고,
그 반대로 가장 저조한 그룹은
20대 남성그룹으로
수익률이 4%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또 재밌는 사실은
회전율(주식 거래 빈도)이 가장 높은 그룹 역시
20대 남성 그룹이었다.
주식계좌 내 종목을 빠르게 사고팖으로써
수수료(거래비용)가 과다 지출되고
주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좋지 못한 투자 타이밍에 진입해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실적이 그다지 좋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실력을 맹신하다 망신을 당한다.
발목에서 사서 머리에서 파는
'저점 매수, 고점 매도'라는 주식시장의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을 좇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는 거다.
공연히 거래비용과 세금으로
자신의 자산을 갉아먹기만 한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과 여성의 투자심리가
확연히 다른 데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스릴을 즐긴다.
주식투자로 한몫 챙기고 싶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주식에
'몰빵'하는 어리석은 짓을
남성은 기꺼이 한다.
일확천금이란 결과가 따라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확천금을 위해 스릴 넘치는 행위를 하는
그 자체에도 행복감을 느낀다.
주식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 창출'이 되어야겠지만
대다수의 남성은 투자라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남성은 공격적인 성향이 있어
투자에 있어서도 원금보장의 투자보다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표현을 빌리자면
'가늘고 길게'가 아닌
'굵고 짧게'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투자인 것이다.
반면에 여성은 위험성을 기꺼이 감수하기보다는
적은 수익이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상당수의 (실적이 좋지도 못한) 남성이
(실적이 좋은) 여성이 주식투자를 하는 걸
못마땅해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은 경제·금융 상식이 풍부하다고
자신만만해하면서 말이다.)
2020.11.19.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된
내 주식계좌는
12월 4일, 15%가량의 수익을 보게 된다.
140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당시 LG화학의 주가에 대한 기대는
하늘 높이 치솟았고
나는 100만 원이 될 때까지는
팔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정말 그런 마음이었더라면
일일단위의 주가 변동에
개의치 말았어야만 했다.
위 차트를 보면
'B(Buy)'는 내가 주식을 매수한 시점이고,
'S(Sell)'은 내가 주식을 매도한 시점이다.
구간으로 나눠서 보면
11월 경 하락하는 추세를 보며
바겐 세일 기간에 주식을 매수하였고,
11월 말을 기점으로 무서운 상승을 하게 된다.
그 후에도 일부 추가 매수를 진행하였으나
적절하지 못한 시점에 매도를 진행해버렸다.
보면 알겠지만
LG화학은 며칠 뒤에 내 목표가였던 100만 원을
뚫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적지 않은 수익을 보았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이 남는 건 아니지만
더 좋은 수익을 보지 못한 데 아쉬움이 남긴 했다.
-5%의 손실을 볼 때는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면서
16%의 수익률이 11%가 되었을 때는
그 확신이 사라지고, 불안감이 증폭됐다.
수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거란 불안감이었다.
마침 막대한 양의 LG화학 매도가 진행되고
불안감에 나스닥 선물지수를 검색했을 때
위와 같은 차트를 보게 되었다.
나는 이를 거품 붕괴의 시그널로 오판했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내가 가진 LG화학 전량을 헐값에 매도했다.
조금 뒤 나스닥 선물 지수는
아래와 같은 회복세를 보였다.
LG화학 역시 그다음 날부터
계속해서 수익률을 회복하고,
이후 전례 없는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게 됐다.
약 86만 원이라는 꽤 괜찮은 수익을 남겼지만
내 목표가였던 100만 원을 달성한
지금까지 보유했더라면
세배 이상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을 거다.
역시나 의미 없는 가정법일 뿐이다.
나는 심리전에서 패배했다.
대신 이번 패배를 경험으로 삼고,
주식이 심리전이라는 사실을
꽤나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