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

둔한 곰이 약삭빠른 여우를 이기는 방법

by 하원

BGM : 폭로 - 가인




나는 싫으면 벌써 싫은 티가 다 나버리는, 그야말로 곰.


누가 건들면 그만큼 갚아줘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우 같이 굴지 못해서 또 된통 당하고 마는 미련한 구석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와 같이 수업을 듣게 됐다.


그는 아무리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고 해도, 내 친구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너무 하대했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게 친구를 때렸고, 심한 욕을 했고 이따금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던졌다.


너무 심하지 않냐고 대화도 해보고 타일러도 봤는데 달라지는 게 없었다.




나중엔 둘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내 친구와 나를 갈라놓으려 했다.


친구는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워했다.




그는 여우 같았다.


어른들 앞에서는 아주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처럼 굴면서, 뒤에서는 나를 얕잡아 보고, 은근히 견제했다.


돌아다니면서 친구들을 이간질하고, 헐뜯었다.




사과하고, 물건을 던지지 않고, 소리 지르거나, 친구를 때려서, 학습 분위기를 망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 낼 때까지 그와 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그가 직접 와서 해명하라고 말했다. 일종의 정면 승부였다.




그는 얼마 가지 않아 나와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힘에는 힘.


그렇다고 속이 후련하고 통쾌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왔다.




같은 잘못을 해서, 같은 수준의 사람이 되는 건, 나한테 맞지 않았다.


복수랍시고 무언갈 해놓고도, 결국엔 내가 사과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제는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다.


나의 선을 보인다. 험한 말은 할 필요도 없다.




곰은 온순하지 않아.


넘어오면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우아하게 밝히면 된다.


나쁜 에너지를 써서 복수를 할 시간에, 품위 있게 말하면 된다. 약간의 단호함만 있으면 된다.


"선, 넘었어."라고.




갚아주기보다, 쳐내기를 선택한다.


"너, 나가. 아님 내가 나갈까? 그것도 좋고."




또는 무관심과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도 좋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인생은 누군가에 의해서 조금 피곤한 구석이 생긴다.


감당할 수 있는 피곤함을 택한다.




적의를 보이는 사람은 그대로 둔다.


어차피 그렇게 적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잘 안 바뀌니까.




만만하게 보는 사람에게는 나의 단단함을 내비친다.


내 편으로 끌어 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내 편으로 끌어 오는 걸 시도해 본다.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면 편하다.


모든 사람에게 주연으로 남지 않기를 선택하면 인생이 좀 더 순탄하다.


누군가에겐 악인이고, 누군가에겐 선인이고, 어떤 때는 악하고, 어떤 때는 선하고.




보통의 인간이란 걸 받아들이면 조금 시시하지만 강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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