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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Feb 21. 2024

주상절리 해안 산책로 (경주 양남)

바람 부는 날에는

종종 그곳으로 간다.

경주 양남에 주상절리가 있다.

하서항 주차장에서 읍천항까지 왕복 4km, 아기자기한 ‘파도소리길’을 걷는다.


주차장을 벗어나 바닷가 길로 들어서면 곧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나타난다.

주상절리 기둥 위를 걸어본다.

분출하던 순간을 상상하며 파도에게 물어본다.

'너도 뜨거웠지?'


잘 정비된 해안 산책로를 따라 살방살방 걸어가면

‘누워있는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를 차례차례 만난다.


바람 살랑살랑

파도의 어깨를 밀고 있다

비행하는 갈매기에게

손 흔들어주고

윤슬 속삭임을 듣는다.

들풀이 반갑게 인사해 주니

발걸음이 가볍다.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젊은 청춘들이 여러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웃음소리가 파도소리를 닮았다.


전망대 뒤뜰에 서서 부채꼴 주상절리를 한참 바라본다.

어부가 투망을 던지는 모습이다.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와 갈매기를 벗 삼아 저렇게 초연하게

아있구나



읍천항에 도착한다.

젊은 부부가 아기랑 사진을 찍고 있다.

"찍어드릴까요? "

오지랖을 발휘하여 여러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이쁜 등대 조형물이 아기 모습을 닮았다.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서 카페 ‘PAL♤♤’로 들어간다.

야외 비치의자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하염없이 바.    라.    본.    다.


돌아오는 길

나는 계속 앞으로만 걷고 있는데

올 때 오른쪽에 보였던 바다가

갈 때는 왼쪽에 보인다.

포말도 같은 모습이고 갈매기도 좀 전 그놈들이다.

하늘도 변함없이 파랗다.


방향으로 보이는

오른쪽과 왼쪽이

실제는 같은 것인데

이제 좀 그만 싸우기를...


한 발 앞서 걷던 바람이

돌아서

오랜 처럼

내 손을 잡아끈다.


잠시나마

나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어반 스케치: 헤비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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