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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Jun 17. 2023

내 맘 같지 않은 자식

오늘도 나가는 길에 작은아이에게 폭풍 같은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11시에  시작인데 10시 50분 어서야 차에 타는 어처구니없는 내 딸....

다행히 일하는 가게가 10분 남짓 거리에 있긴 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 있다 보니  주말에는 교통 체증 때문에 5분에서 10분은 더 걸린다.

 

주말이라 피곤할 테니 늦잠 좀 자라고 9시 반에 깨우고, 일어났으려니 했는데 기척이 없어 10시 넘어 방에 다시 들어가 보니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다. 10시 10분이 넘어서야 굼벵이처럼 천천히 일어나 준비를 하는 모습에 화가 났지만 일단 한 번 참고, 10시 40분까지는 차로 와라 좋게 말했다.

 

10시 45분...... 감감무소식... 10시 50분... 참지 못하고 내려와라 소리를 한바탕 지르고...

10시 54분 드디어 출발.

이미 늦었다. 그런데도 차에서 먹으려고 크로와상 한 덩이, 요거트 한 팩까지 알뜰하게 챙겨 나오는 딸아이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늦게 출발을 해서 이미  늦었는데 도로에 나와보니 역시 쇼핑몰로 가는 차들이 많이 밀려있다. 빨리 가도 11시 10분은 훨씬 지나 도착할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 참지 못하고 내 입에서 잔소리와 비난이 쉬지 않고 튀어나왔다.

 

작년 11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작은딸. 늦게 일어나는 게 항상 걱정이었지만 요 근래 까지는 그래도 늦지 않고 시간에 겨우 맞춰 일을 가더니... 지난 2-3주는 몇 분씩 늦더니 오늘은 10분이나 늦었다.

내 자식이 나가서 욕먹는 게 싫어 미리 가 있어라, 일 열심히 해라 등등 자잘한 잔소리는 계속해 왔었지만 요 몇 주는 잔소리 정도가 아니라 차에서 혼쭐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별 개의치 않는 듯한 작은딸....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애를 어찌해야 할지..... 첫 째는 항상 걱정도 너무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뭔가 잃어버린다거나 늦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작은애는 어딜 가도 뭘 해도 항상 여유만만... 늦어도 늦나 보다, 없으면 없나 보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가끔 있고, 잃어버리고 나서도 걱정은커녕 포기가 빠르다. 뭘 하든 어디 가든 여유를 부리는 작은 아이.... 이걸 좋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다그쳐서 고쳐야 하는 건지 가끔 괴리가 올 때도 있지만, 성질 급한 나는 참지 못하고 항상 화내고 짜증을 먼저 낸다. 늦은 거 뻔히 알면서도 화장할 거 다하고, 먹을 거까지 챙겨나가는 저 여유로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이제 겨우 15살이 되었으니 앞으로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아이의 성격이나 평소 습관을 생각하면 밖에서는 잘하는지 늘 걱정이다.


긴 임신 기간이 끝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건강하기만 해라, 행복하기만 해라 바랐는데 아이가 커가면서는 공부는 당연히 잘했으면 좋겠고, 자기 관리, 시간 관리,  방을 포함 주변 정리도 잘했으면 좋겠고, 반항이나 말대답하지 않고 공손해서 부모 말도 잘 들었으면 좋겠고..... 당연히 행복했으면 좋겠고....그러고 보니 아이에게 바라는 게  끝이 없다.


생각해 보면, 어린나이에 일찍 아리바이트를 구하고 주말에 나가서 일을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쓰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아이에게 잘하라고  너무 조바심을 내는가 싶기도 하다.  뭐든 스스로 경험하게하고, 실수를 통해  잘하고 잘 못한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 바뀌어 가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기다려주는 게 쉽지가 않다.   자식에게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잔소리로 이어지는 듯하다.  내 자식이 아르바이트하는 직장에 늦어서 한 소리 들을까, 남들에게 게으르고 시간 개념 없는 아이로 보일까 하는 걱정에....


다려 줘야 한다.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고 바뀌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그럼에도 정확한 시간에 맞춰 학교를 가고 일을 나가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을  잘 해내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에  난 또 다음 주 주말에도 잔소리를 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아이는 내 맘도 모르고 엄마는 맨날 화내고 잔소리한다고 질색을 할 것이다. 자식은 내 맘처럼 안된다...... 새삼 다시 깨닫는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자식 잘 키워 반듯한 어른으로 세상에 내 보내는 일이다. 독립된 인격체로 세상과 어우러져 잘 살아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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