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감 직전, 단골 세무사님께서 필라테스 수업에 쏘신다고 다섯 잔을 주문하셨고 종종 오시는 고객분과 따님이 함께 오셔 마카롱 열다섯 개를 주문하셨다. 학원 마친 6학년 윤기(동네분들 보실 수 있으니 가명으로)가 입장했다.
음료 다섯 잔 만들기에 집중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호기심 많은 윤기 목소리.
"시현이 이모, 좀 짭짤해요?"
"응?(음료가 짜냐는 건가? 버블티는 달지!)"
"이모 가게가 좀 짭짤하냐고요."
(맙소사! '짭짤하다'라면...... 설마 돈 얘기인가)
"가게 돈 많이 벌리냐고요!"
"으응~ 윤기 보기에는 어때?"
"제가 보기에는 많이 벌릴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사람도 많고 품절도 잘 되고."
"윤기 보기에 그렇다면 다행이야!"
다행히 세무사님 음료가 다 준비되어 "음료 나왔습니다!"에 대화가 끊어지고. 재촉하는 윤기로 내가 난처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마카롱 고객님께서 "학생 먼저 주세요." 하시며 양보해주셨다.
짭짤하냐고!?
고객분들 모두 퇴장하시고 핸드폰을 들었다.
브런치이니 초록창 말고 다음 검색^^
오 윤기 미안! '짭짤하다' 진짜 좋은 의미구나!!!
손님들 기다리셔서 길게 하지 못했던 대화를 마음속으로 나누어본다.
"윤기야. 짭짤하다가 꼭 돈 얘기만은 아닌가 봐. 가게가 뜻대로 되고 있으니 실속이 있는 것 같아. 가게 아니었다면 이모는 글 써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야. 거리두기로 처음보다 손님이 줄어둔 건 사실이지만 네가 궁금한 돈도 그럭저럭 벌고 있어. 윤기 생각만큼 어마어마하게 짭짤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짭짤하다' 뜻도 알게 되고 즐거운 생각 중이니 윤기덕분에 짭짤한 하루였어. 고마워."
윤기 질문에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시며 나를 바라보셨을 세무사님께도 말을 걸어본다.
"세무사님 보시기에도 저희 가게 짭짤한가요. 전에 그러셨잖아요. 강남, 종로에서 월세 천 단위에 인건비 천 단위인 큰 가게 하는 분들은 많이 힘드시다고. 가끔 전해주시는 큰 사업 이야기에 작은 동네 구멍가게여서 다행인가 생각했어요. (큰 사업 해내시는 큰 사장님들께서 어서 본래 숫자 찾으시길 바라요!)
제 세상을 더 넓혀주시는 세무사님과 친해졌으니 이 가게가 저는 정말 짭짤해요."
'동네가게 하기 힘들구나' 생각하셨을지 모르는 마카롱 고객님께도 인사를 안 드릴 수 없지.
"고객님, 종종 오셔서 마카롱을 잔뜩 사주시니 저희 집 마카롱이 짭짤하게 입맛에 맞으시나 보다 생각이 들어 참 행복해요. 찾아보니 짭짤하다는 말이 참 멋진 단어네요. 그러니 윤기 오해하지 마시고 짭짤한 친구로 생각해주세요."
'짭짤하다'는 계속 가지를 치고 자라난다.
이건 참기름 한 방울, 이건 매실액 반 스푼, 이건 다시다 한 스푼, 이건 다진 마늘 반 스푼. 음식마다 어머님 감칠맛의 비법은 다르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그 사람만의 감칠맛이 느껴질 때인 것 같다.
유레카! 정말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타고난 것 자체가 짭짤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조미료를 찾기만 하면! 조미료의 양이 과하거나 부족하지만 않으면! 누구나 짭짤해질 수 있으니 남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군.
이 멋진 단어, '짭짤하다'에 폭 빠져 입간판에 <짭짤한 버블티>라 적고 싶을 정도이다.
단어 중독증이 심한 나는 한동안 '짭짤하다'에 빠져 있을 것 같다.
"이래서 남겠어?" 하며 나를 걱정해주는 동네 언니들에게도 "얼마 벌려?" 하며 나의 창업이 궁금한 동네 친구들에게도 당당하게 "괜찮아. 꽤 짭짤해!" 대답해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