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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별 Dec 06. 2020

아 6학년 채준이 정말!!!

'함께'의 든든함.

"시현아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채준 언니 전화다. "아무 일 없었는데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 채준이 학원 끝나고 오는데 시현이 이모 가게에 불이 꺼져있고 아저씨들이 많이 있었다고.....", "네????"


 분명 아무 일 없었는데 채준이가 무얼 봤을까 기억을 꼼꼼히 넘겨본다.


 어제 마감 시간. 채준이가 지나가며 문 밖에서 "시현이 이모!!!" 하고 크게 부르기에 필요한 것이 있나 나가서 인사를 했고 "채준이 뭐 줄까?" 해도 답 없이 가게를 살펴보며 못한 말이 있는 표정으로 돌아섰었다. 그게 다였는데......

 채준이 섰던 곳에서 가게를 바라보니 아~~~! 이제야 알겠다.


 주방을 제외한 매장 조명을 모두 끄고 마감 청소를 시작하는데 두부가게 사장님께서 음료를 주문하셨고

두 분 더 이어 오셔서 주문하셨었다. 세 분의 방문이 겹치던 잠시, 채준이가 지나갔던 것이다.


 채준이 말처럼 불이 꺼져 있었고, 아저씨들이 많았다. 문 밖에 서서 크게 불렀던 "시현이 이모!!!"는 구조의 의도였던 것이다. 할 말이 남은 듯했던 채준이의 표정은 '이모 아무 일 없어요? 괜찮아요?'를 묻고 있었던 것이다.


 감동이다. 휘핑크림을 두고 '맛이냐 살이냐'로 잠시 갈등하는 아가 채준이에게 이렇게 보호 받았다니.'함께'는 참 든든하구나.


잊고 지냈던 시간이 떠오른다.


 겁이 많다. 나는 겁이 참 많은 편이라 남편이 밤샘 근무를 하면 덩달아 밤샘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는 좀 달랐다. 신생아의 작은 손이, 쌔근쌔근 숨결이 든든했다. 품에 안고 아이의 호흡과 내 호흡의 길이를 맞추다 보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나른한 졸음이 밀려왔다. 그때도 오늘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함께'는 이렇게나 든든하구나.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이렇게 큰 의지가 되고 마음이 편안하니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와 관계없이 그저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용기는 생겨나는구나. 아마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도 '함께'인 아가와 내가 힘이 되고 있겠지.

 가족의 의미는 '함께'인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가 손을 꼬옥 잡았었다.



          (unsplash 이미지)


 채준이 덕에 마흔의 나는 스물여덟 초보 엄마로 돌아가 가게 앞에 한참 서있었다.

 '나는 힘이 없어서',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이 모든 핑계에 '함께'는 찬물을 끼얹는다. 함께면 돼. 그저 함께이기만 하면 든든해.


 6학년 채준이가 어둠과 세 분의 아저씨를 위험으로 인지하면서도 '나는 겨우 6학년이니까' 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현이 이모!!"하고 나를 밖으로 불러내며 함께임을 알려주었던 것처럼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우리가 '함께'임을 자주 전해야지.


 채준이 오면 말할 것이다. 겨울은 본래 지방을 비축하는 계절이고 우리는 체온 유지를 위해 휘핑을 살짝 얹는 것뿐이라고. 정당한 휘핑이지만 엄마에게는 '함께' 비밀로 하자고. 그리고.


"어제 함께여서 잔뜩 든든했어.
아 채준이는 정말! 감동이야!!


채준이를 힘들게 하는 새침한 휘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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