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결혼 준비

포스트잇 한 장에 담긴 무시

by 온담





"아버지가 이 서류 준비하래."

그가 포스트잇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건강검진기록표', '가족관계증명서'라는 단어만이 적혀 있었다.

당황스러웠던 상견례를 간신히 마치고, 겨우 마음을 다잡아 결혼 준비를 하던 와중이었다. 그 종이를 보는 순간, 묘한 불쾌감이 올라왔다. 마치 기업 면접을 통과하고 최종 서류를 제출하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내 불쾌감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래, 결혼을 앞두고 같이 건강 체크하자는 의미겠지.’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엄마도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애써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그와 그의 어머니까지 챙겨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가족관계증명서도 '제출'했다.

결혼이란 이런 건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미심쩍어도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히 안다. 그때 내가 느꼈던 불쾌감은, 내가 ‘한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시아버지가 내게 보인 태도는, 사람을 조건으로 평가하고 가치를 매기려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방식이었다.

그가 진심으로 내 건강을 걱정했다면, “결혼 전에 다 같이 건강검진 한번 받아보는 건 어때?”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민 포스트잇 한 장, 그리고 그 안의 단어들은 나를 '존재'로 보지 않고, '평가의 대상'으로 취급한 명백한 무시였다.



시아버지에게서 발견한 나르시시스트적 행동 특성

1. 사람을 ‘인격’이 아닌 ‘조건’으로 평가

사람을 “관계 맺는 대상”이 아닌, “통과 여부를 판단할 대상”으로 취급

2. 정중함이나 공감 없는 일방적 지시

포스트잇 하나 건네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공감 능력 결여와 권위로 조종하려는 태도


이 글을 읽는 분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저처럼 각성하여 나르시시스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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