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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 도착한 나성(羅城)

2020년 1월 13일(1일째)-그랜드 센트럴 마켓, 엔젤스 플라이트

by 오스칼

렌터카 회사에서 마련해 준 버스를 타고 렌터카 회사에 도착했는데 같은 건물 1층에 우리가 예약했던 회사가 있다는 걸 모르고 2층에 가서 헤매다가 내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렌터카 회사에 들어와 예약증을 내밀었는데 두 가지 충격이 있었다. 하나는 한국에서 해둔 예약이 어쩐 일인지 사라져서 200달러나 더 주고 렌트를 하게 됐다는 것과 둘째는 우리가 선택한 중형급 차량 중에서 마음껏 차를 고르고 몰고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해서 했는데 아내 이름으로 한 예약이 나오지 않아서 직원이 몇 번이나 확인해보더니 안 나온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일 빌리면 200달러 이상 비싸지는데 하겠냐고 물어봐서 별 수 없던 우리는 알겠다고 했다. 분명 우리는 예약증까지 받고 확정되었다고 알려줬는데 현지에서는 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일단 LA와 서부에서는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중요해 빌리기로 했다.


긴장 가득했던 첫 운전

나는 90%가 일본차인 렌터카에서 쉐보레 차량을 골랐다. 우리나라와 달랐던 점은 주차장에 차량이 쭉 늘어져 있고 손님은 단지 가서 선택한 다음 문을 열고 출발하면 된다는 것이다. 따로 차량을 안내해주거나 확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은 색다른 문화에 놀랐다.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잠을 자지 못한 오묘한 정신상태와 미국의 도로에서 첫 운전과 6개 차선에서 순간순간 변하는 우리의 목적지 안내에서 갈 길을 똑바로 찾아내야 하는 긴장이 어울려 심장이 터질 뻔 한 채로 무사히 다운타운에 도착했다. 다행히 악명 높은 LA의 출근 시간은 피해서 들어왔기에 생각보다 많이 밀리지 않았다. 이날은 우리가 어떻게 핸드폰에서 차량 내비게이션 연결을 해서 자동차에 내장된 화면에 보이게 하는지 몰라서 옆 자리에 아내가 탄 다음 아내가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길을 알려주었다. 아내도 초행길이고 지도를 보며 길을 알려주니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비가 안 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무사히 시내로 입성했다. 어설펐지만 무사히 가족을 모신 나의 운전실력이 미국에서도 빛을 발했다.


일회용의 습격에 충격받았던 첫 끼

LA로 들어와서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걸을 생각을 하니 일단 마음이 편안해졌다. 튼튼한 두 발로 LA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 가서 아내의 추천으로 요즘 유명하다는 에그 슬럿의 샌드위치를 먹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왔는데 전부 다 그릇이 1회용 플라스틱, 종이 같은 걸로 되어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아이도 이걸 보자마자 환경오염이라고 이야기했다. 미국은 1회용 사용이 정말 많다고 하더니 그런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나아서 그런 듯했는데 계속된 여행에서 느꼈지만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는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엔젤스 플라이트

부드러운 달걀과 빵으로 배를 채우고 바로 옆 엔젤스 플라이트에서 라라 랜드 주인공이 되어 언덕을 올라봤다. 영화 라라 랜드를 정말 좋아해서 몇 번이고 봤는데 직접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그 공간에서 머물며 즐기는 것이 영화 속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감성이 느껴지는 듯했다. 시빅센터를 지나 성당과 유니언 역까지 여유로운 LA 다운타운의 한 때를 느껴봤다. TV에서 봤던 드높은 야자수가 하늘거리고 태양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새파란 하늘에 감탄하며 겨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따뜻한 도시를 거닐었다. 다만 빈부격차가 심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도시라서 거리에는 노숙자가 곳곳에 눈의 띄었다.


로스앤젤레스 시 운영을 책임지는 시빅센터를 지날 때, 훈풍이 부는 오후 2시쯤이었는데 아이는 막힌 코가 불편했는지 코를 파다가 피가 나서 다들 놀랐다. 보도블록 한가운데서 코를 부여잡고 코피가 더 안 나오게 막았다. 생각보다 많이 나서 걱정도 되었고 아이도 많이 피곤해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블루보틀 커피 가게가 있길래 그곳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잠시 쉬어 갔다. 그리고 저녁 식사는 숙소에서 할 것이기에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가는 길에 나는 아내에게 천문대랑 대형 마트 패스한 게 잘한 일이라고 몇 번이고 칭찬했다. 여행 첫날이고 더군다나 다들 비행기에서 거의 잠을 못 자고 나와 현지 아침부터 계속 돌아다니는 중인데 욕심을 내서 가는 곳을 더 정했다면 굉장히 힘들어졌을 게 뻔했다. 뒷자리에 탄 아이는 깊게 잠이 들어서 잠을 계속 자려고 계속 칭얼댔다. 하지만 우리의 LA 요리 대작전을 그르칠 수 없었기에 아이를 안고 다니면서 아침, 저녁거리를 고심해서 골랐다. 현지 숙소에서 묵으면서 만들어 먹을 예정이라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샀다. 양 손 가득하게 장을 봤는데 영수증을 받고 보니 100달러 이상 나왔다.


숙소에서 먹은 첫 저녁식사

해가 질수록 다들 기운도 나가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통과 컨디션 저하가 심했다. 시차 적응에다가 잠을 거의 못 자고 새로운 환경에 다소 낯설로 흥분한 탓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지만 참고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풀고 씻고 나는 저녁을 준비했다. 2층에 있는 숙소는 그렇게 크지 않고 우리 4명이 지내기에 아담한 구조인데 천장 위에 달린 아날로그 선풍기가 인상적이었다. 가뜩이나 피곤해서 빨리 요리해 먹고 싶은데 설상가상으로 부엌에는 프라이팬이 내 얼굴만 하고 조리기구도 변변한 게 없었다. 유럽 여행을 할 때에는 조리 기구가 충실해 요리하기에 정말 좋았는데 그걸 생각하고 왔던 우리는 잠시 허탈해했다. 특히 나는 어서 요리를 해야 했기에 가족을 먹일 저녁을 해내기 위해 참고 마트에서 샀던 등심과 채끝으로 미국식 스테이크를 만들고 닭다리를 구워 주었다. 환기시키느라 식어버린 요리들을 다 같이 둘러앉아 먹고 일주일 같았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
LA 시빅센터


유니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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