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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모니카 해변으로

2020년 1월 14일(2일째)-산타모니카 해변

by 오스칼
조깅을 마친 아내

조깅을 좋아하는 나와 아내는 여행을 가게 되면 그 도시를 아침에 달려보자고 약속을 했지만 피곤함과 졸음에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꼭 아침에 거리를 뛰어보자고 해서 미리 캐리어에 운동복을 챙겨 왔고 자기 전에 바로 입고 나갈 수 있게 꺼내놓았다. 아침 6시 즈음이 되자 이상하게 우리는 동시에 운동 약속 생각나서 바로 눈이 떠졌다. 그런데 그전에 피로가 엄청 몰렸었는지 오히려 나, 아내, 어머니 모두 그 시간까지 선잠을 자다가 다 깨어났다. 곧 나가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시계를 보니 그 시간은 6시가 아닌 새벽 1시였다. 한국이 오후 6시였다. 뒤죽박죽 한 시차에 우리들의 몸이 힘겹게 적응 중이었다. 다시 잠을 청하자 다행히 잠에 들었다. 정말 아침 6시에 일어나 나와 아내는 어두운 LA대로를 달리며 몸의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숙소가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에 있어서 이른 아침이었지만 아침 조깅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내와 그 동네를 한 바퀴 쭉 도는데 구경하면서 도시의 새벽을 깨우는 재미가 있었다. 집 밖을 나올 때는 깜깜했지만 돌아올 때는 어스름에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

아침은 라즈베리 잼과 땅콩버터를 바른 구운 토스트, 삶은 달걀, 요거트, 달고 아삭한 미국 사과였다. 사과가 주먹보다 작은데 진한 붉은빛이 돌면서 씹으면 단 맛이 입안에 풍기며 식감이 정말 좋았다. 미국에서의 첫 아침식사는 성공적이다. 아이는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는지 잘 일어나 야무지게 식사를 마쳤다. 우리의 발이 돼줄 렌터카에 올라 처음 가려고 계획한 게티센터를 향해 도로 위를 달리던 중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타모니카 해변을 향해 방향을 바꿔 달렸다. 산타모니카 해변을 가려던 날이 날씨 확인을 해보니 비가 오고 흐릴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와 오늘 가기로 했다. 자유 여행의 묘미였다.


이날도 역시나 자동차 내비를 몇 번 해보려고 시도했는데 안되어서 아내가 조수석에 타고 내가 운전하는 길을 핸드폰으로 봐가며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뒷자리에서 어머니와 숫자 게임을 하며 갔는데 예준이가 너무 잘 맞추어 놀라셨다. 가는 길에 거인 같은 야자수가 늘어선 길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도로에는 출근길과 더불어 사고 난 곳도 있어서 조금 막혔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고 도착해서 주차를 마치자 광대한 크기의 모래사장과 끝없는 해안선이 만드는 한적한 풍경이 우리를 환영했다.


여유롭게 쉬고 운동하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도 파도를 한참 바라보고 예쁜 사진을 남겼다. 산타 모니카는 LA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해양 도시로 미국인들의 여름 휴양지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에 무성한 야자수들이 들어서 있고 푸른 태평양과 푸른 하늘이 이곳을 가꿔주고 있었다. 주말에는 사람들로 엄청 북적인다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해변 옆에는 퍼시픽 파크는 손님 없는 평일 오전 한적함을 보여주었다. 작은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는 잠시 자신만의 놀이에 빠졌고 그리고 스타벅스로 이동해 수많은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향긋한 커피를 즐겼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아이와 어머니

베벌리힐스로 가서 부촌 집 구경도 했다. 예전에 마이클 잭슨이 살았다는 집도 지나가 보았다. 처음에는 여기가 LA 안에 있는 동네인 줄 알았는데 별개의 도시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미국은 도시(City)가 가장 작은 행정 단위라서 그보다 넓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 속한 도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수많은 영화배우와 부자들이 살고 있는 미국 안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유명세에 시달려서 부촌 순위에서 20위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지만 어쨌든 부촌의 대명사인지라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즐비했다. 처음 이곳은 흑백분리가 엄격했던 20세기 초에 백인 거주 구역으로 개발되었고 그 후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많은 영화배우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또 이 주변에는 수많은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가게를 내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말로만 듣던 대저택이 즐비하고 정원과 거리의 모습이 사뭇 달라 보이기도 했다. 차로 둘러보면서 한국과는 조금 다른 풍경에 아이도 우리나라는 다 아파트 밖에 없는데 여기는 아파트가 안 보인다고 왜 없냐고 물어봤다.

잠에서 깨고 있는 새벽의 LA
산타모니카 해변
베벌리 힐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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