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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나라, 디즈니 랜드

2020년 1월 15일(3일째)-디즈니 랜드

by 오스칼

알람 소리에 다들 6시에 일어나 아침을 착착 만들어 먹었다. 이틀째라 어머니는 고추장 토스트, 아이는 절반으로 자른 토스트로 식성에 맞춰 먹을 줄 알았다. 아침 일찌감치 디즈니 랜드로 출발했다. 원래는 내일 가려고 했지만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온다고 예보가 있었기에 오늘로 일정을 바꿨다. 여전히 화창한 LA 도심을 빠져나와 개장시간 9시에 맞춰서 애너하임에 도착했다. 언제나 LA의 악명 높은 교통 대란이 도로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숙소를 나오기 전에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조금 밀리는 구간이 있었기는 했지만 애너하임까지는 순조롭게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했다. 겨울 평일의 아침이었지만 미국과 우리처럼 외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디즈니 랜드의 거대한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가다가 순식간에 한 대씩 차례대로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고 나가니 입구에서 개인 짐 검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까지 무사히 통과하자 트램을 타고 디즈니 랜드 입구로 향했다. 이 모든 게 물 흐르듯 착착 이어지는 게 참 신기했다. 비수기인데도 역시나 인파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유명한 놀이동산과 비교하면 그렇게 밀리지는 않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스톰 트루퍼와 함께

디즈니 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장소이다. 어렸을 때 집에 백과사전 전집이 있었는데 그때 디즈니 랜드를 처음 찾아 읽어보았다. 몇 장의 사진과 설명으로 나와 있는 디즈니 랜드는 어린 마음에 언제나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는 이상향이었다. 나중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미국에, LA에 간다면 꼭 가야겠다고 그 꿈이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었나 보다. 보안 검색대를 거쳐 파크까지는 트램을 타고 갔는데 그 트램을 타고 도착한 디즈니 랜드는 나의 동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로 불리는 이곳은 1955년에 개장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성공으로 플로리다 올랜도에 더욱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디즈니 월드가 있고 전 세계에도 도쿄, 홍콩, 상하이, 파리 등에 디즈니 랜드가 있다. 예전 일본 유학을 할 때 디즈니 시(Sea)에 가본 적이 있었다.


입장권을 발권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영화 속 배경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와글와글한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에 모두 흥분했다. 특히 아이가 너무도 좋아했다. 처음에 디즈니 랜드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대형 테마파크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었다. 가니까 본인이 아는 미키 마우스부터 스타워즈, 겨울왕국 등 각종 캐릭터나 만들어진 공간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내는 미리 스마트폰에 어플을 깔아서 타봐야 할 것과 동선을 나와 상의했다. 무엇보다 이런 곳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니 순서를 잘 정해야 했다. 비성수기라서 그런지 유명한 어트렉션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성수기에는 얼마나 많을지 상상이 안 갔다. 사실 나는 이런 테마파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5분 타려고 5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오면서도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인 디즈니 랜드인데 사람이 비성수기에도 많을 거라 신경이 쓰였는데 생각보다 기다리는 것은 덜 해서 만족스러웠다. 가장 많이 기다렸던 게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이었는데 2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먼저 아내가 타고 싶어 했던 스릴 만점의 인디아나 존스 라이드로 달려가서 대기 시간 없이 금방 탔다. 아내에게는 어트랙션을 탈 때 돌이 떨어지고 고대 괴물들이 실감 나서 최고로 재미있었던 놀이기구였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성을 배경으로

다음으로는 나의 흥분과 호기심을 최고조로 만들 스타워즈 갤럭시스 엣지로 건너가서 밀레니엄 팔콘을 조종하는 놀이기구를 탔다. 스타워즈 구역은 영화 속 모습을 정밀하게 재현을 잘해놓아서 나 같은 팬들에게는 환상의 장소였다. 명성이 높은 테마 파크답게 그 퀄리티는 상상을 초월해 설명해주는 마네킹이 진짜 사람인 줄 알고 믿었는데 아내가 애니메트로닉스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얼굴 모양새부터 팔 동작, 허리, 심지어 손가락까지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내가 갤럭시스 엣지를 너무 유심히 구경하고 있어서 나를 따라서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아이가 짜증을 낼 정도였다. 나와서는 니모 잠수함을 타고 이어서 마터호른 롤러코스터를 탔다. 무서운 것을 잘 못 타는 어머니는 조금 걱정하셨지만 나와 같이 탄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엄청 좋아했다. 나는 스타워즈와 마터호른 롤러코스터가 제일 인상 깊었다.


그다음으로는 아이가 한 달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서 모의 연습을 하며 탈 준비를 연습하고 준비를 다 끝내 놓은 토이스토리 슈팅 기구를 탔다. 아내가 테마파크를 한 번도 안 가본 아이를 위해 인터넷 영상으로 디즈니 랜드를 보여줬는데 그때 아이가 이 놀이기구에 꽂혀 이곳에 오니 기억을 해냈다. 레이저총으로 Z대마왕 등 악당을 맞춰서 점수를 높이는 게임인데 아이는 이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했다. 아이는 하루 종일 나, 아내, 어머니를 다 따라다니며 졸리는 잠도 참고 최고의 에너지를 보여줬다. 그다음엔 자동차 트랙 레이싱을 하러 갔는데 2인승이라서 나와 아이가 같이 타고 아내와 어머니가 같이 탔다. 아이는 운전하는 내내 신나 했다. 의외로 어머니가 차가 트랙 밖으로 튀어 나갈까 봐 너무 무서워하셨다. 그래서 아내가 대신 액셀을 밟아서 트랙을 돌았다. 어머니는 이 기억이 제일 남는다고 하신다.


미키마우스와 함께

점심은 영화 '토이 스토리'에 등장했던 피자샵에서 거대한 조각 피자 2개와 샐러드, 무한리필 콜라로 배를 채웠다. 오후에도 계속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돌면서 놀이기구를 탔다. 비성수기라서 그런지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도 놀이기구 대기 시간은 적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것도 20분 내외라서 기다릴만했고 패스트 트랙으로 굳이 예매를 안 해도 될 정도였다. 파크 기차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기도 하고 아이는 별 관심을 안보였던 공주들도 만날 수 있었다. 미키 하우스에서 미키 마우스를 기다렸다가 만났는데 나는 실제로 만난다는 생각에 약간 긴장했다. 아이는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미키 하우스에서 미키 마우스를 만나러 갈 때 아내가 제일 좋아했다.


썬더 마운틴 레일로드, 크리스마스 악몽 하우스, 캐리비안의 해적도 타고 정신없이 바로바로 타면서 놀았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이 디즈니 랜드의 놀이기구로서 이를 모티브로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그게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 등 애니메트로닉스의 손짓이 너무 자연스러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참 그렇게 타고나니 날이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미키스 툰 타운을 갈 때부터 어두워지면서 약간 으슬으슬해졌다. 마터호른 롤러코스터와 스플래쉬 마운틴에서 깜짝 물 벼락을 맞은 터라 모두 몸이 살짝 젖어 있었다. 그래서 메인 스트리트 USA 쪽으로 나가 카페를 찾아가서 따뜻한 커피와 핫초코로 몸을 녹였다. 커피가 몸 안에 도니 유일하게 여유 있는 시간이 지금이구나 깨달았다. 오늘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장장 11시간 동안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보고 찍고 기다리고 놀이기구를 타서 한 번 세어봤더니 15개나 탔다. 나도 여태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테마파크도 여럿 가봤지만 인생 통틀어서 테마파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많이 타며 즐긴 적은 처음이었다. 소위 말해 디즈니 랜드에서 뽕을 뽑은 날이었다. 아내의 사전 준비, 나의 전략적 계획과 아이, 어머니의 에너지 대방출 합작이었다. 다들 실컷 놀아서 매우 뿌듯해했다. 디즈니 영화를 자주 봤거나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빠져들어 즐길 것 같았다.


밤이 어둑해질 때까지 어트랙션을 즐기다가 시간 관계상 애매해 저녁 식사는 하지 못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려한 레이저쇼를 잠깐 보고 마감하기 직전에 나와 사람들이 안 밀릴 때 디즈니 랜드를 빠져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니 이미 많은 차들이 나가서 텅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한밤 중의 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이라 금방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다들 기절하듯이 자고 숙소에 도착할 때쯤 일어났다. 삼일째 강행군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자리에 앉아있으면 내 몸이 부유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했기에 마트에서 샀던 한국 라면을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허기와 입맛을 잡았다. 모두에게 강렬했던 첫 디즈니랜드 탐방이었다.

밀레니엄 팔콘
피자 플레닛
메인스트리트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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