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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살 아이와 북미 횡단 시작

2020년 1월 13일(1일째)-LA 국제공항

by 오스칼

아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미국과 캐나다 여행의 날이 시작되었다. 나와는 다르게 영어에 관심이 높은 아내는 미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현재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산실에 가보고 싶어 했고 유적이나 유물이 적은 미국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나도 온갖 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나라에 대해 관심이 생겨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모으던 여행 통장으로는 비용이 어림도 없어서 따로 모아두었던 자금을 털어서 여행 자금을 마련했고 여행을 준비했다. 대개 미국은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여행을 하지만 우리 부부는 미국 횡단을 해서 오래 있어보기로 했다. 한 달 이상 있을 수는 없고 시간과 금전 관계상 2주가 조금 넘게 계획을 짜서 가기로 했다. 방문하는 곳은 LA,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니언, 토론토, 나이아가라 폭포, 워싱턴, 보스턴, 뉴욕으로 정했다. 샌프란시스코와 필라델피아를 가고 싶었는데 일정을 고려할 때 뺄 수밖에 없었다. 한창 영어 영상을 보던 아이는 영어 나라에 가서 영어만 이야기를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이제 엄연한 우리 가족의 일원인 아이에게도 역할을 주어 여행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시켜보기로 했다. 이렇게 나와 아내, 아이 그리고 어머니까지 해서 우리 여행 가족이 다시금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출국 전 인천 국제공항

몇 달간의 준비로 여행 루트를 짜고 비행기, 렌터카, 숙소 등 예약을 끝냈다. 숙소의 경우 서부에서는 숙박 공유를 이용하여 주로 다니고 동부에서는 호텔을 이용하기로 했다. 렌터카에 대해서는 여행 가기 전에 걱정이 매우 많았다. 그전까지 렌트해서 다닌 것은 일본밖에 없어서 영어권은 처음이었다. 일본은 내가 유학했던 곳이라 운전 방향이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말도 능숙하고 길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는데 미국은 총기 소지도 있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도 있었는데 그래도 서부에서는 이동하려면 렌트가 제일 나으니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이야기를 해서 여행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소아과에 가서 미리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감기, 기침약을 받았다. 이때 아이에게 가래가 있는 기침이 있었고, 콧물도 나오는 편이어서 사실 여행 다니며 심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든든하게 옷을 입고 다닌 덕분에 더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

비행기를 하기 밤 12시가 지나도 흥분되었는지 계속 장난에 잠들지 않고 업이 된 아이는 쌕쌕 자다가 새벽 6시 20분경에 일어났다. 아이에게 "여행 가자~ 일어나." 했더니 아이가 "오케이!"하고 바로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진정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행을 가긴 가는데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따라다니면서 집 밖을 다닌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는지도 유치원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며 어설프지만 알고 있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옷을 입고 어머니를 만난 후 택시를 타고 무사히 인천 국제공항에 가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미 버스 안은 우리같이 여행 가는 사람들로 바글댔다.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하고 출국 심사하고 점심도 먹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어떤 외국 여행객 요청에 내가 찍어주는데 아이도 옆에서 같이 그 관광객과 찍고 싶다 해서 같이 찍었다. 이런 아이의 업된 기분과 모습이 다소 놀라웠다. 진짜 여행이 뭔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여유 있게 기다리다 2시가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는 기대한 대로 기내 프로그램에 있는 모든 게임을 다 하고 만화 영화까지 틀어서 다 봤다. 얼른 잤으면 했는데 자지 않다가 아내 무릎에 기대어 두세 시간 남짓 쪽잠을 청했다. 그 와중에 아이는 기내식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잘했다고 그걸 기억하고 있던 승무원 누나가 찾아오셔서 과자 두 봉지를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아이가 내릴 때 "인사 잘하는 예쁜 아이 잘 가."하고 또 칭찬을 받았다. 말을 할 때부터 교육시킨 인사가 빛을 발해 어딜 가나 어른들에게 예쁨 받은 아이가 자랑스러웠다.


밥 먹기 전까지 열중

몇 번 장거리를 타봐서 그런지 10시간의 비행이 가뿐히 끝나고 우리는 LA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시차 때문에 우리는 출발한 당일 아침에 현지 도착을 했다. 어머니는 미국 가기 전부터 인터넷 영어 공부를 하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고 입국 심사가 꽤나 복잡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긴장을 조금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의 영어공부가 무색하게 가족끼리 와서 그런지 별다른 질문 없이 초스피드로 입국 심사를 받았다. 비자 확인만 하고 별 기다림 없이 바로 나온 다음 짐을 찾아 LA에 찾아온 어마어마한 캐리어 군단을 뚫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겨울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초가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 로스앤젤레스, 편의상 LA라고 부르는 이 곳은 뉴욕 다음으로 미국 최대의 도시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이다. 대중 매체에 등장한 것으로 보면 아마 1등이 아닐까 싶은데 한국 교포들도 많이 살아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이다. 첫 발을 내디딘 북미대륙에서 첫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입성


LA 국제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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